변화의 중심에 선 밀레니얼 세대

조회수 2017. 10. 11. 10: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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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드, 변화의 물결④

국내에서 명품 시장은 불황에도 끄떡없는 견고한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제 아무리 럭셔리라 해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시대입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도 변화하는 트렌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현실입니다. 셀럽스픽은 이런 급변하는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을 '하이엔드, 변화의 물결'이라는 타이틀로 살펴보았습니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국내에서 럭셔리는 유독 명품이라 불리고 있다. 사전적 정의로는 상품 보다는 작품에 가까운 명품이란 단어를 다시 영어로 번역해보자면 마스터피스(masterpiece)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고가의 해외 브랜드 수입이 허가 되면서 비로소 열리게 된 럭셔리 시장. 당시 업계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럭셔리를 명품으로 탈바꿈 시키게 됐다. 럭셔리 브랜드가 주는 호화, 사치의 부정적 인식을 덜고 가치 있는 제품이라는 브랜딩을 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 전략이 통한 것인지 국내에서의 명품 시장은 상당히 견고했다. 한국의 명품 시장 규모는 전세계 8위에 해당하며, 인구/소득 대비 5위에 해당하는 비교적 큰 규모이다. 불황에도 이 큰 규모의 명품 시장은 끄떡 없을 정도였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지난 2007년 발간된 김난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의 책 '럭셔리 코리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부자만이 아닌 일반인들도 명품에 열광하고 콩나물 값 100원은 악착같이 깎아도 100만원이 훌쩍 넘는 명품 핸드백은 거침없이 구매하는 심리가 만연해 있었다. 한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이 길을 가다 3초에 한 번씩은 볼 수 있는 백이라 하여 '3초백'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것도 그 시절의 일이다.

하지만 2017년의 명품 주소비층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8090년생의 밀레니얼 세대들은 10년 전 당시와는 다른 소비 패턴으로 명품 업계를 혼란에 빠트렸다. 디지털 기기로 세상과 소통하고 변화에 익숙한 이들의 주요 특징은 브랜드 충성도가 낮다는 점이다. 패션비즈 8월호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로 대변되는 젊은 소비자들은 이전 세대보다 브랜드 네임에 흔들리지 않고 한정된 돈으로 본인의 가치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특성이 있다.
출처: 구찌,슈프림
여기서 핵심은 가치다. 가치란, 단순히 값비싼 것이 아닌 값진 것. 물욕과 과시욕을 채우기 위한 소비보다 좋은 삶의 방식과 더 밀착되어 있는 것들 혹은 멋들어진 철학이나 귀를 솔깃하게 할 만한 흥미로움과 가까운 제품 혹은 경험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들의 소비 문화다. 대중매체가 마치 이 물건을 사지 않으면 안될 것처럼 떠들어대도 쉽사리 설득되지 않는 것이 이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물욕없는 세계'의 저자, 스가쓰케 마사노부는 한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변화된 소비 문화에 대해 "젊은 세대가 관성적인 소비 사이클에서 주도적으로 벗어났다는 측면에서 현명한 흐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한 이것이 선진국의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고도 말했다.

필연적인 흐름이라고는 하나, 과거의 시각으로 본다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 패턴. 업계 관계자들은 확실히 예전에 비해 소비패턴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럭셔리 코스메틱과 패션 브랜드 마케팅 관계자 A씨는 "지난 분기 구찌의 GG 블룸 슈프림 슬라이드 샌들이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이었는데, 이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구매층이 어려진 것이다. 아무래도 구찌의 슬리퍼는 연령대가 높은 층이 신기 힘든 아이템이지 않나. 구찌가 다소 올드한 이미지 탈피에 성공한 케이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상에서 가볍게 신을 수 있는 슬리퍼로 명품을 즐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모습은 확실히 이들 세대가 명품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기성세대의 그것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신호다.
출처: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과 스트릿 대표 브랜드 슈프림과의 협업 컬렉션 및 럭셔리 브랜드 버버리와 고샤 루브친스키의 협업 컬렉션
A씨는 또한 "유스컬처(청년층 만의 독자적 문화)가 유행하면서 (이를 선도한) 베트멍이나 버버리를 입는 젊은 층도 늘어나고 있다. 요즘 명품계는 젊은 연령대에서 럭셔리를 구매할 수 있는 층들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베트멍은 럭셔리의 통념을 뒤집은 철학으로 밀레니얼 세대의 환호를 받게 됐고, 버버리 역시 유스컬처의 선봉에 선 고샤 루브친스키와 손을 잡는 등, 파격적 행보로 이들의 지지를 받게 됐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는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한 산업에 대한 관심도 기성 세대들에 비해 높다. 브랜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잣대 역시도 깐깐하다. 제3세계에서의 노동 착취로 논란이 된 패스트 패션을 기피하는 움직임은 이미 서구사회에서는 감지되고 있고, 실제 미국과 유럽 쪽 판매 저하가 전반적인 패스트 패션의 침체 원인으로 꼽히고도 있다.

이렇듯 이제는 럭셔리를 포함한 브랜드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할 때, 과거처럼 주입식 자화자찬보다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야 되는 시대가 왔다. 특히 명품은 진짜 명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가 되지 않는 한 그 명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진 세상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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