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리뷰]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무게

조회수 2018. 1. 3. 07: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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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마지막 주의 주목할 만한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지난주에 나온 신간 중에서 주목할 만한 책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가벼움에 대해 성찰하는 책입니다.


저자 질 리포베츠키(Gilles Lipovetsky)는 프랑스 그르노블대학교 철학과 교수입니다. 현대 사회와 대중문화에 관한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들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이 책은 현대 문명을 지배하는 가벼움의 정서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나날이 확장해 가면서 새로운 희망과 불안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고 진단합니다.


오늘날 가벼움은 날씬함에 대한 숭배에서 가벼운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활강스포츠에서 긴장 해소 테크닉에 이르기까지, 패션의 경향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이르기까지,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추구됩니다.


비단 물질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 사람들의 감정, 사회화와 개인화의 형태에도 큰 변화를 낳고 있습니다. 금지와 터부의 중압감을 떨쳐 버리는 것, 좋을 대로 육체적 쾌락을 즐기는 것, 모든 것에서 해방되어 초연하고 유연하게 사는 것, 즉 존재의 가벼움은 하나의 갈망이자, 대중적인 에토스가 됐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것의 혁명은 우리 삶의 조화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모든 것이 유연해졌지만 삶도 “방향을 잃고, 불안정하고, 매우 취약하다”고 말합니다.


요컨대 우리 시대의 위험은 변덕스러운 가벼움이 아니라 가벼움의 ‘비대함’이라고 진단합니다. 가벼움이 삶의 다른 본질적 차원(성찰, 창조, 윤리적 정치적 책임)까지 억누르는 것은 위험하다고 우려합니다.


원제 De La Legerete. 2015년 7월 출간.

경박한 가벼움은 그 자체로 비극적인 것은 아니다. 다만 지배적인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아 인간 생활을 '풍요'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파괴할 때는 비극이 된다. 경박함보다 더 지루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경박한 가벼움이 없는 삶도 서글프고 숨 막힐 듯 답답하다. 비난받아야 할 것은, 최상의 삶의 이상으로 여겨지는 경박한 가벼움이다...

가벼움에 높은 가치가 부여되었다고 해서 힘든 학습과 조직화되고 제어된 작업의 가치가, 달리 말하자면 무겁게 느껴지는 속박의 가치가 절하되어서는 안 된다. 아름답고 가벼운 삶은 소비지상주의적인 쾌락주의의 한계 속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그 안에 갇혀 있으면 인간성이 모욕당하고, 우리가 인간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갖고 있는 관점이 빈약해지며, 발명과 창조와 정신적 자유의 조건이 소멸된다.

단순한 삶의 철학이란 어떤 것이며 오늘날 적용할 만한지 살펴보는 책입니다.


저자 엠리스 웨스타콧(Emrys Westacott)은 영국 태생으로 미국 뉴욕 알프레드대학교의 철학과 교수입니다. 사회·정치철학, 윤리학 등이 전문 분야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2002년부터 진행해온 ‘1달러로 만드는 하루의 행복Tightwaddery: The Good Life on a Dollar a Day’이라는 강의를 토대로 했습니다.


소크라테스부터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이르기까지 2000여 년 서양 지성사에서 단순한 삶에 관한 견해가 어떻게 변천했는지 소개합니다. 철학, 종교학, 문학, 예술,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릅니다.


이런 단순한 삶의 가치에 대한 옹호가 대중을 설득하는 데는 왜 실패했는지, 지금도 풍요로운 생활을 저버리고 검소하게 사는 것만이 올바른 삶인지, 현대 사회는 어떻게 모순된 교훈을 장려했는지 물음을 던집니다.


저자는 단순한 삶의 철학이 낭만적인 과거로의 회귀나 향수가 아니라 실행가능하고 의미 있는 미래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삶의 대안으로 가능성을 검토합니다.


우리 삶의 방향을 어디에 두는 것이 더 나을지 생각을 자극하고 돕는 책입니다.


원제 The Wisdom of Frugality: Why Less is More, More or less. 2016년 10월 출간.

단순한 삶과 공동체에 대한 관심 사이에 반드시 갈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하게 사는 것과 문명의 결실을 즐기려는 욕망 사이에는 모순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즐거움을 누릴 능력이 오로지 개인적인 자산 규모에 달려 있을 때 발생한다. 그러므로 소박함의 철학에 근거한 공공정책은 많은 자산을 갖지 못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첫째는 저렴한 비용으로 음식과 주택, 의료, 보육, 교육, 대중교통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는 가능하면 재화가 개인적 특권으로서가 아니라 공공재로서 이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자연경관이나 해변, 산책로, 공원, 정원, 도서관, 스포츠 시설, 전시실, 박물관, 음악회, 강연회처럼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을 아우른다.

실리콘밸리를 비롯해 영미권의 전문가들이 주도해온 인공지능(AI) 담론에 대해 유럽 대륙 지식인의 생각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억측이며 과장이라는 비판입니다.


저자 장가브리엘 가나시아(Jean-Gabriel Ganascia)는 프랑스 인공지능 전문가이자 철학자입니다. 현재 파리6대학 정보과학 교수입니다.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앞으로 인류에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합니다. 특히 핵심 쟁점인 ‘특이점’을 비판합니다. 특이점이란 미국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제시한 개념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초인공지능의 출현을 말합니다.


저자는 이 개념이 ‘테크노 예언자들’의 ‘광대한 우주적 이야기’에 불과하다면서 근거와 논리의 비약일 뿐이라고 비판합니다.


이러한 특이점 담론은 서양 사상사에서 이어져온 그노시즘(세상의 창조에서 종말과 구원으로 이어지는 영지주의)과 묵시론적 세계관의 잔재이며, 오늘날 실리콘밸리 기술 대기업의 세계 재편의 정치적 야심과 연계돼 있다고 말합니다.


원제 Le Mythe De La Singularite. 2017년 2월 출간.

특이점 제창자들은 단절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 아마 앞으로도 진보는 가속화되어 그 거대한 소용돌이로 우리를 삼키려들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 눈감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

겉보기만의 화려함이나 속도에 대한 집념이라는 외면적인 특징만이 유지되고, 내용은 결정적으로 바뀌려 하고 있다. 합리성은 비합리성으로 바뀐다. 고갈될 것 같지 않던 탐구심은 과신으로 인해 사라진다. 과학은 자취를 감추고, 신화나 고명한 학자에 의한 애매한 학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인간을 최대한 찬미하는 휴머니즘은 테크놀로지에 기댄 포스트 휴머니즘에 자리를 양보한다. 의심은 특이점이라는 이름의 민간요법 약에 의해 쫓겨난다. 자유가 사라진다. 이렇게 미래가 자라지는 것이다.

구석기 다이어트의 환상을 깨는 책입니다.


저자 마를린 주크(Marlene Zuk)는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이자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생태학자입니다. 미네소타 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책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진 구석기인 따라하기 열풍을 문제 삼습니다. 구석기 옹호론자들은 오늘날 많은 성인병이 농경 문화에서 왔으며, 과거 수렵채집 시절의 식습관을 차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농업 혁명 이후 삶의 환경은 급변했는데 인간의 몸은 여전히 구석기에 적응된 채로 머물러 있기 때문이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석기 생활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구석기 신드롬은 점차 운동, 섹스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까지 퍼져나갔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구석기 시대 추종은 진화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했으며, 우리 유전자는 현재의 삶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암은 물론 결핵만 해도 수렵채집 시대 초기 인류와 함께 공존했으며 구석기인들의 유전자가 환경에 더 잘 적응했다고 가정하는 것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거지요. 인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으며 적응해가고 있을 따름이라고 설명합니다.


원제 Paleofantasy: What Evolution Really Tells Us about Sex, Diet, and How We Live. 2013년 3월 출간.

현대의 삶에 우리가 적응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특히 속도 면에서 진화가 작동하는 방식과 정면으로 부딪친다. 진화는 빠르거나 느리게 그리고 그 중간 속도로도 진행된다...

인간이 더는 진화하지 않는다는 의심은 앞에서 이야기한 것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진화가 바로 어떤 목적을 향해 진보한다는 생각이 그런 것이다. 이와 관련된 또 다른 오해는 모든 생명체 진화의 궁극에 인간이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인간이 진화의 마지막이라면 더는 개선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계속된 진화는 인류학적 허망이라는 것이다. 이런 논지는 과학적으로 재고의 가치가 없지만, 자연계는 인간을 특별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가장 최근에 진화해온 종이라는 말도 틀렸다. 아마도 월계관은 바이러스나 세균 또는 다른 미생물이 차지할 것이다. 이들은 세대가 아주 짧고 문자 그대로 눈 깜박할 사이에 진화한다. 인간은 진화의 끝도 아니고 가장 최근에 진화한 종도 아니다.

클래식 음악 애호가를 위한 교향곡 감상 해설서입니다.


저자 최은규는 서울대 음대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음악이론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서양음악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부천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제1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지냈으며 현재 예술의전당 음악아카데미 강사입니다.


교향곡의 탄생을 알린 카를 필리프 에마누엘 바흐에서 20세기 쇼스타코비치까지 작곡가 18명의 교향곡 82곡을 다뤘습니다.


전반부에서는 작곡가의 생애와 음악적 특징 그리고 당대의 사회적 배경을 살피고, 후반부에서는 해당 작곡가의 주요 교향곡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실었습니다.


청취를 넘어 음악을 알고 이해하는 감상의 단계로 나아가고 싶은 클래식 음악애호가들의 지적 갈증을 해소해줄 책입니다.

서주에서 첫 주제가 처음에는 D장조의 긍정적인 느낌으로 제시되다가 다시 반복될 때 d단조의 슬픈 느낌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다소 특이하다. 애수 띤 d단조의 오보에 솔로로 서주가 마무리된 후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명랑한 D장조의 빠른 알레그로 주요부로 진입한다. 그 순간 들리는 낮은 소리의 목관악기 바순의 짧은 음형은 코믹하면서도 유쾌한 느낌을 준다. 허를 찌르는 하이든의 유머가 빛을 발하는 부분이다.

소설가 전경린의 열두번째 장편소설입니다. 『해변빌라』 이후 삼 년 만의 출간입니다.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에서 2017년 3월부터 7월까지 넉 달간 연재되었던 작품을 개고해 묶었습니다.


저자 내면 깊은 곳의 감정을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생생하게 그려냈습니다. 휘몰아치는 서사나 스펙터클한 사건 없이 한 인물의 유년과 성장, 그 반추를 함께하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일만으로도 나를 만들어가고 또 변화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새로이 깨달을 수 있다고 소개합니다.

인간은 타인을 사랑할 수는 있지만 계속할 수는 없다. 스스로 고갈되는 존재이기에 결국 자기중심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기를 통해서 보고 자기의 감각으로 느끼고 자기의 에너지로 욕망하고 자기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 그것이 인간의 형편이다...

산다는 건 계속해서 동작을 바꾸며 적절한 균형을 잡는 일이다. 상황은 이내 바뀌고, 또다시 동작을 바꾸고 또다른 균형을 잡는다. 나무처럼, 뿌리에서 줄기 끝까지 바람에 대한 반응의 무늬를 제 몸에 새기는 것이다. 세계와 삶 사이의 균형, 삶과 나 사이의 균형, 나와 타인 사이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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