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브 리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조회수 2017. 11. 29.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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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네째 주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주요 신간들을 일별합니다.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지난주 주요 신문 서평 면에 소개된 책과 리뷰들을 살펴보는 '리뷰 오브 리뷰'입니다.


지면에 소개된 리뷰 내용과 관련 정보를 중심으로 일별하는 시간입니다. 책과 저자에 관련된 정보 중심으로 전해 드립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자 생각의 디딤돌입니다. 애써 다가가야 할 이유입니다.

《다빈치 코드》 같은 지적인 추리소설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댄 브라운의 신작입니다.


하버드대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로 다섯 번째에 해당합니다. ‘코드’와 ‘상징’을 따라 답을 찾아가는 기법은 여전합니다.


이번에는 인류가 품어온 가장 오래된 질문,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의 물음을 다뤘습니다. 종교적 도그마에 갇힌 인류의 시작과 끝, 존재의 기원과 운명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다윈, 호킹을 비롯해 제러미 잉글랜드 등 실존하는 저명한 과학자들의 이론과 더불어 스마트폰, 무인 자동차, 슈퍼컴퓨터 등이 사건의 열쇠로 등장하는가 하면, 실재하는 종교 단체를 등장시켜 가며 신과 과학의 대결을 펼칩니다.


소설 도입부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등장하고, 호안 미로부터 가우디의 최고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현대 미술의 명소와 작품을 곳곳에 배치한 것도 흥미를 자극합니다.


원제 Origin. 2017년 10월 출간.

인류의 지식 중심에는 이 두 가지 수수께끼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다시 말해 인간의 ‘창조’와 인간의 ‘운명’이죠. 이거야말로 가장 보편적인 수수께끼입니다.

오늘날 세계를 지배하는 농업-음식 산업 시스템을 비판하고 대안적인 패러다임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저자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인도의 물리학자이자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입니다. 토종 씨앗과 생물 다양성 보존, 로컬 푸드, 생태 농업을 실천하는 인도의 농장-교육 공동체 ‘나브다니아Navdanya’를 주도해온 인물입니다.


이 책에 그의 사상을 집약했습니다. 음식과 농업을 둘러싼 생각과 실천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장합니다.


저자는 화학비료와 GMO 등에 의존한 세계화된 산업농이 자연의 상호 연결성과 생물 다양성에 기초한 소농을 파괴함으로써 식량과 농업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왔다고 비판합니다.


대안으로 생태 친화적이고 인간 친화적인 푸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만이 지구의 안녕과 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벌여온 ‘녹색혁명’에 관한 비판적 연구와 ‘나브다니야’ 운동을 소개하는 한편, 구체적 실태와 자료를 토대로 산업농 시스템을 비판하고, 생태적이고 민주적인 푸드 시스템을 위한 다양한 실천들을 소개합니다.


원제 Chi Nutrira Il Mondo? 2015년 4월 출간.

음식에 관한 질문은, 다른 생물 종들을 멸종으로 몰고 갈 권리가, 다른 인류 구성원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고 영양가 높은 음식을 섭취할 권리를 부정할 권리가 우리에게 있는지를 묻는, 지구 및 다른 생물 종과 인류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관한 윤리적 질문이다.

음식에 관한 질문은 앞으로 인류가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농업의 생태적 토대를 파괴하며 스스로를 자멸의 길로 몰아갈 것인지를 묻는 생태적 질문이기도 하다. 음식에 관한 질문은 또한 우리의 식문화, 우리의 정체성, 그리고 우리의 장소 감각과 토박이성에 관한 문화적 질문이기도 하다.

도시 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골목길 경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책입니다.


저자인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국제정치경제와 세계화를 연구한 학자이면서 세계 매력 도시들의 경쟁력 비결에 주목해왔습니다. 이번에는 골목길이 도시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골목길이야말로 도시경제의 다양한 공공재를 창출하는 자본이자, 기억, 추억, 역사, 감성을 기록하고 신뢰, 유대, 연결, 문화를 창조하는 사회자본이라고 말합니다.


골목상권을 이해당사자들의 경제적 선택으로 형성된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골목 산업을 공급하는 상인과 건물주는 물론, 골목 산업에 기여하는 모든 사람의 관점에서 골목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물리적 조건과 문화적 조건을 검토합니다.


당면 현안인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해서는 ‘장인 공동체’를 해법으로 제시합니다. 건물주와 상인이 운명 공동체임을 깨닫는 교육을 제안하는 한편 독립상인의 역량 강화와 골목길 장인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이들을 위한 교육과 공공 투자가 사회 불평등의 완화의 초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골목을 사랑하는 여덟 가지 조언을 관통하는 철학이 있다면 그것은 자유주의다. 개인의 자유, 선택, 창의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자발적인 협력을 통한 공공재 창출 능력을 신뢰하는 것.

자유주의자라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발하지 않고 큰 집단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자율적으로 성장한 골목길의 변화에도 유연해야 한다. 골목길은 개방적이고 자유로워야 하기에, 개인이 선택한 결과로 발생한 골목길의 변화를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자유주의자가 골목길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우리 사회 특유의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비판하고 대안을 논한 책입니다.


저자 김희경은 언론인 출신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의 사업본부장 등을 지냈습니다. 현재 인권정책연구소,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 이사이면서 인권 문제에 대해 강의하고 글을 씁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의 문제의 핵심고리로 가족을 지목하고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국내 사교육비는 하늘을 찌르고 출산율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가 하면 해외 입양, 아동학대 건수는 다른 나라에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저자는 이런 문제들의 중심에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한 한국의 가족주의와 특정 가족 형태만 정상으로 여기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있다고 보고 내력을 살핍니다.


이것은 근대화 과정에서 국가가 사회 문제를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기면서 심해졌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 안에서 개인은 보다 자율적인 주체여야 하고 서로가 느슨하게 연대하며 돌봐주는 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관련 국외 사례도 소개하고 입법안 같은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합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권리는 부모의 자유권이라기보다 자녀의 보호를 위해 부여되는 기본권으로 권리보다는 의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족 내에서 부모의 양육방식은 치외법권적 ‘천륜’의 영역이 아니며 인권 보호를 위한 국가의 제재 대상이어야 한다.

비대한 국가를 선호해서가 아니다. 공공의 개입이 닫힌 방문 안에까지 이루어질 때에만 비로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워지는 약자들이 가족 안에 있기 때문이다.

제목대로 우주여행을 앞둔 사람에게 안내하듯이 우주 과학 지식을 풀어놓은 책입니다.


저자 닐 코민스(Neil F. Comins)는 미국 메인 대학 물리학, 천문학과 교수입니다. NASA 특별연구원으로 은하의 진화에 대해 연구했고 천문학을 대중에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이 책에서는 독자가 우주여행을 떠난다는 상황을 설정하고 다양한 문답을 통해 우주 과학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충치가 있으면 우주에 나갈 수 없나?’, ‘우주에서 멀미가 나면 어떡하지?’, ‘돈은 얼마나 들까?’ 같은 질문부터 시작해서, 우주여행자가 맞닥뜨리게 될 사소하고 기발한 상황, 우주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우주 과학 상식을 쉽게 설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알 만한 공상 과학 영화나 SF소설의 장면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원제 The Traveler's Guide to Space: For One-Way Settlers and Round-Trip Tourists. 2017년 2월 출간.

가장 의미 있는 일은 아마도 지구를 보았다는 점일 것이다. (중략) 우주에서 단일체로 존재하는 지구를 바라보면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어째서 우리의 행성과 삶,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해 그토록 좁은 관점을 지녔을까? 왜 우리는 서로에게 해를 입히거나 나쁜 감정을 갖지 않고 어울릴 수 없는 걸까?

우리는 모두 같은 인간이다. 같은 종이면서 같은 세상에 사는 존재들이다. 우주에 나가보면 지구라는 세상이 얼마나 연약하고 독특한지 알게 될 것이다. 적어도 우리 태양계에서 우리 인간과 같은 존재는 어디에도 ‘없다’.

부제가 '시간에 관한 거의 모든 과학적 탐구와 최신 정보'입니다.


저자 앨런 버딕(Alan Burdick)은 <뉴요커>의 수석편집장 출신의 과학 저술가입니다.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수수께끼입니다. 누구나 알지만 막상 설명하려면 미궁에 빠집니다. 이 책에서는 시간에 관한 온갖 질문을 제기하고 답변을 시도합니다.


1초는 어느 정도 길이의 시간일까? 그건 누가 어떻게 정하는 걸까? 전 세계 시계들은 어떤 기준으로 1초를 정확히 조율할까? 시간을 지각하는 능력은 타고나는 걸까 학습된 걸까?


생체리듬은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시간은 빨리 흐르기도, 늦게 흐르기도 하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정말 빨리 흘러가는 걸까?


이런 질문에 대해 최신 과학 정보와 뇌과학 이론, 다양한 실험 결과를 동원해 답하면서도, 알기 쉬운 비유와 경험, 수필식 화법으로 이해를 돕습니다.


원제 Why Time Flies: A Mostly Scientific Investigation. 2017년 1월 출간.

수세기 동안 초는 추상적으로만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수학적인 세부단위로서, 관계에 의해 정의되는-1분의 60분의 1, 1시간의 3600분의 1, 하루의 8만 6400분의 1처럼- 단위였을 뿐이다. 초는 15세기에 독일에서 만들어진 추시계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1670년 영국의 시계 제작업자인 윌리엄 클레멘트가 호이겐스의 추시계에 틱-톡(tick-tock)거리는 소리 한 번이 1초가 되도록 추가함으로써 초는 구체적인 형태를 띠게 되었다. 혹은 적어도 소리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괴델, 에셔, 바흐Godel, Escher, Bach(GEB)》로 유명한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후속작입니다. 인지심리학자와 함께 썼습니다. 인간 사고의 본질을 유추에 있다고 보고 깊이 파고든 책입니다.


더글러스 호프스태터(Douglas R. Hofstadter, 1945년생)는 미국 오리건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컴퓨터와 인공지능을 연구한 선구적인 학자입니다. 현재 인디애나 대학 인지과학 및 컴퓨터 과학 교수로 있습니다.


그가 30년간 “사고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컴퓨터 모델”을 구축하려고 애쓰던 중에 1998년 불가리아에서 열린 ‘유추’에 관한 한 컨퍼런스에서 이 책 공저자인 에마뉘엘 상데 교수를 만났다고 합니다


이후 상데 교수가 펴낸 유추 작용과 범주화에 관한 책에 매료돼, 이 주제를 발전시킨 책을 함께 쓰기로 하고, 7년여 공동 작업 끝에 불어와 영어판으로 동시 출간한 것이 이 책입니다.


저자들은 사고의 본질을 유추에서 찾습니다. ‘유추’란 경험한 것들의유사성을 연결고리로 끌어내는 정신 작용을 말합니다. 우리는 유추 작용과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범주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에 일련의 라벨을 붙이고 머릿속 도서관을 정리한다는 거지요.


오랫동안 수집한 방대한 사례들을 들어가며 작은 유추에서 큰 유추로 나아가는 과정, 동시에 범주화하는 과정을 설명해갑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최재천 교수의 해제문을 함께 실었습니다.


원제 Surfaces and Essences: Analogy as the Fuel and Fire of Thinking. 2013년  4월 출간.

유추 작용과 범주화 사이에 명확한 구분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오도하는 것이다. 이 둘은 모두 잠재적으로 유용한 시각을 부여함으로써 우리가 마주치는 새로운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두 가지 정신적 개체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기 때문이다. (중략)

유추 작용은 단지 이따금 이루어지는 정신적 운동이 아니라 지각의 생명소 자체로서, 일상적인 지각(‘저것은 탁자다’)부터 절묘한 예술적 통찰과 (일반 상대성 원리 같은) 추상적인 과학적 발견까지 모든 층위에 퍼져 있다.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우리가 항상 수행하는 정신 작용, 즉 상황 해석, 다양한 대상에 대한 특성 판단, 결정, 새로운 대상에 대한 학습 같은 것이 존재하며, 이 모든 정신 작용은 동일한 근본적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생명 현상을 양자이론으로 설명하는 신생 학문인 양자생물학을 개관한 책입니다.


저자 짐 알칼릴리(Jim Al-Khalili)는 영국의 이론물리학자이면서 과학 대중화에 애써온 저술가이자 방송인입니다. 공저자인 존조 맥패든(Johnjoe McFadden)은 알칼리리와 같은 영국 서리대학의 분자유전학 교수입니다.


이 책은 양자물리학, 생화학, 생물학을 접목시켜, 신생 학문 분야인 양자생물학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을 제시합니다. 과학적인 기초에서 시작해, 합리적 추론 과정을 거쳐, 최신 실험과 이론까지 망라해 원리를 설명합니다.


저자들은 아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작은 사건이 인간과 동물의 행동에 강력한 효과를 일으키며, 거기에 진정한 생명이 있다고 말합니다.


생명은 폭풍 속 바다를 항해하는 배와 유사한데, 이 배에는 거의 40억 년의 진화로 다듬어진 유전 프로그램이라는 노련한 선장이 타고 있어 다양한 깊이의 양자 영역과 고전 영역을 항해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은 양자역학의 법칙 하나뿐이며, 우리에게 친숙한 통계 법칙과 뉴턴의 운동 법칙도 결국은 기이한 것들을 가리는 결어긋남이라는 렌즈를 통해 걸러진 양자역학의 법칙이라고 말합니다.


원제 Life On The Edge. 2014년 11월 출간.

생명의 한쪽 발은 일상적인 사물로 이루어진 고전세계에 있고, 나머지 한 발은 양자세계라는 기이하고 독특한 곳 깊숙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생명이 양자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려 한다.

조선의 한량이 평양 기생의 삶과 예술에 대해 쓴 독특한 책입니다.


원저자인 한재락은 18세기 후반-19세기 전반 조선시대 개성의 한량이었습니다. 당대 문인 신위, 이상적 등과도 교유할 정도로 학문적 소양이 뛰어났지만 개성 출신이라는 이유로 벼슬길에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도회지 문화와 풍류를 즐기는 것으로 풀었는데, 덕분에 기생과 음악, 연희 등 문화예술 영역에 풍부한 경험과 높은 안목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그가 1820년대 평양에서 가장 뛰어난 기생 66명과 기방 주변 명사 5명을 인터뷰한 책입니다.


당대 최고인 평양 기생들의 예술 세계와 삶의 애환을 섬세한 필치로 그리는 한편,  문인으로 명망이 높았던 신위, 이상적, 강설의 비평까지 더했습니다.


역자인 안대회 교수는 2006년 《녹파잡기》를 처음 발굴 소개한 이래 십여 년 만에 신위가 쓴 비평까지 번역해 온전한 완역본으로 냈습니다.

소첩이 기생 명부에 들어가 떠도는 것은 운명입니다. 그러나 천성이 뜻을 굽히거나 남에게 지지 못합니다. 기생들 틈바구니에서 부대끼며 살기는 해도 남들이 문에 기대어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리고 기가 꺾입니다. 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리 황금 한 바구니와 진주 한 말을 들고 날마다 찾아와서 저를 유혹해도 어찌 제 마음이 흔들리겠습니까?

-기생 ‘일지홍’에 대한 내용 중 일부

나를 대신하여 일지홍에게 말 좀 전해주게. 평소의 뜻이 참으로 기이하구나. 그러나 황금 한 바구니와 진주 한 말을 물리치는 일도 어렵단다. 그대의 뜻을 채우려면 아무래도 지렁이가 된 뒤에야 가능할 뿐이야.

-‘일지홍’편에 달려 있는 신위의 비평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필립 로스가 중년 때 노부의 투병과 죽음을 지켜보며 썼던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그의 많은 소설이 국내에 번역됐지만 에세이가 소개되는 것은 처음입니다. 1992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유대인 이민자였던 로스의 아버지 허먼 로스는 보험 판매원으로 시작해 지점장까지 오른 근면성실의 인물이었습니다. 86세에 이르러 뇌졸중 판정을 받습니다.


뇌종양 때문에 얼굴 절반이 마비된 데 이어 빠른 속도로 죽음을 향해 나아갑니다. 부친은 고령에다 절망적 상황임에도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잃지 않습니다.


중년에 접어든 작가는 그런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기록합니다.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죽음이란 이십대 젊은이에게나 팔순 노인에게나 같은 무게와 두려움을 동반한 사건이며 같은 크기의 절망을 감내해야 하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죽음이란 한 세계가 끝나는 것임과 동시에 가장 장엄하고도 위대한 전투이며 가장 치열한 형태의 ‘삶’이라고 말합니다.


원제 Patrimony : A True Story. 1991년 1월 출간.

나는 처음인 듯 열중해서 그것을 보며 생각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더 오는 것이 없었다, 나 자신에게 아버지가 죽었을 때를 대비해 내 기억 속에 그 모습을 박아놓으라고 일깨우는 것 외에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것이 아버지가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존재로 희박해지는 것을 막을지도 몰랐다. ‘정확하게 기억해야 해.’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없을 때도 나를 창조한 아버지를 재창조할수 있도록 모든 것을 정확하게 기억해야 해.’ 절대 어떤 것도 잊어서는 안 돼.

북클럽 오리진이 이어가고 있는 긴 인터뷰 [미니북]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부제가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길을 탐색하는 열두 걸음'입니다.


책에서 삶의 의의를 찾는 문화비평가 탕누어, 인간의 품격과 도덕을 믿는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브룩스, 스웨덴을 통해 복지국가의 면면을 통찰하는 정치학자 최연혁, 현대 문명에서 위태로움을 감지하는 역사가 유발 하라리, 인류의 기원을 밝히려 화석과 소통하는 고인류학자 이상희, 인간 본성에서 초사회성을 본 진화생물학자 장대익, 읽고 쓰는 일로써 우뚝 자립한 작가 이기호·이충렬·김명남, 끊임없는 공부로 역사에 생기를 불어넣는 한문학자 강명관, 이념과 대립의 터널을 지나 인간사를 관조하게 된 문학평론가 유종호, 인간 본질을 밝히고자 뇌와 유전자의 영역으로 들어간 신경과학자 이대열.


불확실한 시대를 건너는 지식의 표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더 잘 알려고 하는 것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런 말은 책에 나오는 가장 오래된 조언이기도 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 말입니다. 이 오래된 조언이 바로 지금 21세기에서만큼 다급하게 요청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여러분은 “자신을 알라”라는 그 질문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쟁자를 갖게 됐기 때문입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정부가 빅데이터와 기계 학습에 의지해 당신을 점점 더 잘 알아가고 있습니다. 구글이 당신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결국 당신을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고 싶다면 구글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수록된 유발 하라리 인터뷰 「문명의 막다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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