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손 닿는 곳에 한 권씩 두지만

조회수 2017. 12. 3. 15:13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뮤지컬 연출가에서 팝페라 가수로.. 안주은의 책 이야기

세상을 탐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무엇보다 나를 알아가는 길
북클럽 오리진이 함께합니다

북클럽 오리진이 궁금하다면

남다르게 사는 사람 곁에는 책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그냥 주어지는 대로가 아니라 내가 생각해서 살아보겠다는 뜻의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은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을까. 다양한 사람들의 독서 근황을 알아보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코너가 예측불허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를 종횡무진 가로지르며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일기 릴레이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영역에서 뜻밖의 독서 취향을 발견하고 의외의 책과 조우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소설가 김연수->'영혼의 슬픔' 저자 이종영->출판기획자 조원식->만화가 박흥용->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준익 감독->박정민 배우->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김봉진 '배달의 민족' 대표->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김주환 연세대 교수->뮤지션 한희정->김대현 작가->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이재민 그래픽 디자이너->재즈 보컬리스트 허소영->영화배우 안성기->북바이북의 김진양 대표->가수 김수철->임경선 작가->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장강명 작가->조성주 전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방송인 유정아->손아람 작가->황두진 건축가->정연순 민변 회장->홍수영 콘텐츠 큐레이터->임순례 영화감독->정지돈 작가->홍석재 감독->조선희 작가->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김해원 뮤지션->방송인 알베르토 몬디->조승연 작가->이성민 '한잔의 룰루랄라' 대표->음식문헌연구가 고영->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허클베리핀 리더 이기용->이승한 변호사->피아니스트 조은아->김윤철 교수->전홍기혜 기자->개그우먼 남정미 편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늘은 오페라 연출가이자 팝페라 가수인 안주은 편입니다.


오페라 연출가 안주은 선생님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랜 유학 생활에서 돌아와서 오페라 장르를 국내에 널리 알리려고 엄청 노력하시는 분입니다. 이 분만큼 활동적인 여성 연출가는 없을 거라 자신합니다.

대단한 열정에 추진력도 좋으시고요. 유학 시절 두부가 먹고 싶어서 직접 만든 간수로 두부를 만들어 먹을 만큼 한국 음식과 문화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연출가입니다. 최근엔 팝페라 가수로도 활동하면서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고 있는 그녀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개그우먼 서평가 남정미님의 추천

남정미 편 바로가기

안주은님과는 먼저 전화로 통화한 후 이메일로 두 차례 문답을 주고 받았습니다. 아래 답변 중에도 나옵니다만, 서울에서 열린 세계생활스포츠(TAFISA) 총회 준비로 한창 바쁠 때였습니다. 팝페라 가수임을 짐작케 하는 목소리에 활력이 느껴졌습니다.


바쁜 일상 중에도 책을 읽으려고 애를 쓰고, 그래서 손이 닿는 곳마다 책을 두긴 하지만 제대로 읽지 못할 때가 많다는 솔직한 답변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는 다독가의 경연장이라기보다는 우리 일상 속에서 책에 대해 편하게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릴레이 인터뷰입니다.

-추천자와는 어떤 인연이 있으신가요?

유년 시절을 함께 보낸 벗입니다. 남들보다 조금 일찍 유학길에 오른 저로서는 친구보다 언니 오빠, 선생님 같은 호칭이 더 익숙한데, 그런 제게 남정미는 드문 친구입니다.

-근황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지난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세계생활스포츠(TAFISA) 총회가 서울에서 열렸는데요, 프로그램 위원장을 맡아 일했습니다. 부족하지만 전반적인 개폐막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출연도 했습니다.

개막식 오전에는 팝페라 가수 주나(joona)로, 저녁에는 환영 만찬 사회자로 활동했습니다. 폐막 때는 제자들과 함께 뮤지컬 갈라 공연까지 하느라 어려움과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오페라 연출에 이어 지금은 귀국해 팝페라 가수로도 활동 중인 것으로 압니다. 이력을 들려주시겠습니까?

러시아에서 한국에 돌아온 지는 이제 7년이 되어 갑니다. 연출가로 1년에 4~5편씩 소화했던 제가 2년 전부터는 돌연 팝페라 앨범을 내니까 주변에서는 의아해하거나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저부터도 막상 무대에 나오면서는 두려워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본명인 안주은이 아니라 러시아에서 쓰던 이름인 joona를 사용하면서서 음악가들이 보이지 않는 곳들만 찾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팝페라 가수 활동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연출할 때의 저는 늘 앞만 보고 달렸던 것 같습니다. 작품에 들어가면 스트레스에다 항상 몸은 축나 있었고 불안함과 초조함이 앞섰습니다.

물론 공연이 끝난 후 커튼 콜의 순간에는 자부심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자부심과 뿌듯함은 그리 오래 가질 못하더군요. 다작을 하다보니 자부심은 어느새 자만으로, 뿌듯함은 당연함으로 바뀌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작품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작품의 완성도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연출을 처음 시작할 땐 내가 하면 뭔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려 했는데, 결국 저도 별것 없는 연출자가 된 것 같았습니다. 제가 만든 작품을 보고는 자책하면서 어디론가 숨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때 내가 지금 가장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건 뭘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래, 다시 노래를 해보자 싶었어요. 늘 꿈꿔 왔던 노래하는 안주은으로 변신하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몸이며 정신적으로 혹사당한 제게 다시 꿈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주나라는 이름으로 팝페라 앨범을 내게 됐습니다.

다시 공부하고, 집중하고, 나를 가꾸기 시작했지요. 연출을 할 땐 제대로 입어보지도 못했던 원피스를 입고 무대 앞으로 나오면서 새로운 자신감을 찾고, 관객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연출이든 가수든 어떻게 집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나요? 하시는 음악 활동과 독서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책을 특별히 좋아한다기보다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참고서적을 주로 읽게 됩니다. 연기나 노래를 가르치려면 관련된 것들도 많이 알아야 하니까요. 진정한 연기도 뭘 제대로 알아야 나오겠지요. 그래서 필요에 의해 책을 보는 편입니다.

-요즘 책을 가까이 하기가 쉽지 않다고들 합니다. 책은 평소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읽으시는지요?

손이 닿을 만한 곳에는 책을 한 권씩 놓아 둡니다. 사 놓고 아직 첫 페이지도 못 읽은 책도 있어요. 이번에도 이 책만큼은 꼭 읽고 인터뷰에 응해야겠다 싶었는데 사 두기만 한 책이 있습니다. 제 침대 바로 옆에 있는 책인데,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입니다. 목차만 겨우 읽고 한 달째 방치해 두고 있네요.

그리고 식탁 위에는 <최고의 설득>, 소파 위에는 나태주의 시집이 놓여 있습니다. 오며가며 '모르면 배우자!'라는 각오로 책을 늘 곁에 두고 읽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책을 골라 보는 나름의 방법이 있습니까?

하는 일과 관련해서 화술에 관련된 책이나 자기계발서, 인물 책을 많이 봅니다. 최근에 출장차 일본에 다녀왔는데 서점에 갔다가 가부끼 그림책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다 나왔습니다. 무대 인물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표정이 나올까, 저럴 때는 어떤 감정일까, 생각하면서 제 감정도 유추해보고 있으려니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빼놓지 않고 보거나 특별히 신뢰하는 저자가 있나요?

러시아 태생 연출가 겸 배우로 스타니스랍스키(1863-1938)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배우 훈련의 기본틀을 체계적으로 확립한 분입니다. 러시아에서 유학할 때 제 연기 스승의 스승이기도 하구요.

그전까지 인물에 대한 표현들이 오버액팅으로 나오던 것들을 좀 더 자연스럽게 인간화시키고, 마치 연극이 실제 생활처럼 관객들에게 생동감 있게 보여 질 수 있도록 연극의 틀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지요.
톨스토이라든지 도스토예프스키, 안톱 체홉과도 친분이 있었고 그들의 희곡을 연출해서 성공하는 등 당대 최고 연출가이면서 배우로 자리잡았던 분이기도 합니다.

"만약에 나라면"이라는 방식으로 연기하는 매직 이프(Magic If) 연기론으로 유명합니다. 저 또한 연출을 할때 '만약 내가 배우라면' '내가 저 사람이라면'이라는 가정 하에서 먼저 느껴본 다음 연기를 제시하곤 합니다.

오페라 가수들은 아무래도 오페라 가수이다 보니 배우로서 연기에 접근하기가 힘들지요. 하지만 감각이 있어서 조금만 조언을 해줘도 작품의 퀄러티가 확실히 올라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페라 가수라는 말보다는 오페라 배우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최근에 인상깊게 읽은 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요? 읽게 된 계기나 동기, 간단한 소개와 소감도 부탁합니다.

최근에 선물받은 책이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체육학과 김도균 교수님이 쓰신 <스포츠 마케팅>인데요, 어릴 때 본 백과사전 크기의 책입니다.

김 교수님은 이번 세계생활총회 조직위원장을 맡으셨는데 국내 스포츠마케팅의 산 역사에 해당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음악이든 스포츠든 어느 분야나 요즘은 마케팅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그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공연계에서 일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읽어 보려고 합니다.

-곁에 두고 오래 반복해서 보는 책이 있나요?

하워드 가드너의 <열정과 기질>이라는 책입니다. 저는 열정적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단지 '열정적'이기보다는 '열정이 있는' 안주은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 책은 몇 년 전 제목이 좋아서 사서 보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다 못 읽었습니다. 그래서 반복해서 보게 되는 책입니다.

창조성이란 게 무엇인지, 창조적 거장들은 뭘 추구하고 그걸 위해 어떻게 연구하는지, 그런 창조성은 어떻게 길러지는지 이야기한 책입니다. 한 장 한 장이 숙제 같고 어렵더군요. 보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낍니다.

-서가에 꽂힌 책 중에 엉뚱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알면 놀랄 만한 책이 있을까요?

17년 전에 러시아에서 처음으로 산 소설책이 <해리 포터>였습니다. 러시아어로는 <게리 뽀쩨르>입니다. 해리 포터를 러시아에서 처음 봐선지 제게 이 책은 공포의 판타지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때는 말도 잘 안 통하고,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을 찾아가며 읽어야 했는데, 심지어 마술 용어는 러시아사전에도 잘 안나오더라구요. 겨우겨우 절반쯤 이해하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 온 후에 어린이날 특집으로 해리 포터 영화를 한국어 더빙된 걸 봤는데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살아오면서 가장 큰 실패나 시련, 아픔은 무엇이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전 사실 어렸을 때부터 학교 운이 없는 편이였어요.. 공부를 곧잘 했는데도 불구하고. 지방은 예전에도 고등학교는 시험을 쳐서 들어가야 했거든요.

그때부터 제가 원하는 학교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대학도 그랬고. 그래서 일찍 유학길에 올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서 더 좋은 기회였던가 생각해요.

가장 큰 실패이라기보다 가장 큰 아픔으로 남아 있는 순간이라고 하면, 가장 큰 기회로 왔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러시아에서 10년 유학을 하면서 석사를 할 때쯤 일이 너무 많았어요. 졸업 준비에 콩쿠르 준비에 오페라 주역 오디션까지... 인생 일대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결국 몸으로 나타나더군요.

한겨울에 기침이 심하게 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아파오더니, 어느 순간 일어나 보니 제가 산소호흡기를 끼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것도 나흘 만에 깨어났다고 해요. 죽다가 살아난 거죠. 러시아는 의학이 그때만 해도 한국보다 10년이 뒤처져 있을 때였어요.

병원 의사 진단이 폐렴에다 천식, 결핵까지.. 그때 러시아에선 결핵이라고 하면 거의 죽을 병이었어요. 옮을까봐 학교에서 바리게이트까지 쳤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반강제로 휴학을 하고 한국도 돌아가지 못하고 한 달간 병원에만 죽은 듯 지내야 했습니다.

학교에서 한국으로 가서 요양을 하고 오라는 말에 귀국을 하긴 했지만,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집이 아닌 대학로에 갔어요. 노래 빼고 할 수 있는 걸 찾아 했죠. 그게 조연출이었어요.

다행히 결핵약을 처방받아 먹으면서 조연출을 8개월 정도 하는 사이에 몸도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그 사이에 제 머리 속에서 성악이라는 전공은 연출로 바뀌어 있더군요. 8개월 전만 해도 노래를 못하면 죽을 것 같았던 제가요.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서는 오페라 주역 오디션이 아닌 조연출로 극장에 들어갔어요. 그때부터 인생이 바뀌었어요. 그래서 뭐든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고 현재에 충실하려는 지금의 제 모습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좋아하거나 즐겨 듣는 팝페라 명곡을 추천해주신다면?

독일 가수 헬렌 피셔를 좋아합니다. 강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에 강한 호소력이 담겨 있습니다. 셀린 디온이 부른 The Power of Love 원곡보다 헬렌 피셔가 부른 버전이 저한테는 더 다가옵니다. 부드러움 안의 강한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앞으로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최근에 한국과 중국, 러시아, 북마리아나제도 문화예술교육 교류사업(ASPAP ART VISION)을 추진하는 미국 비영리 법인의 이사장을 맡게 됐습니다.


사이판은 세계적인 관광 휴양지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문화 인프라는 취약합니다. 이 부분을 보완하면 아주 훌륭한 글로벌 문화가 번창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어서 문화예술 교류의 장으로 좋겠다는 생각에서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간절히 바라는 꿈이라면 예술학교를 만드는 것입니다. 뮤지컬학교나 음악학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아마추어 합창단이다, 실버합창단이다, 뮤지컬단이다 해서 민간 단체에서 힘들게 만들어 크고작은 무대에 올리고 행복해하는 걸 봅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들까지 학교 안에서 노래며 춤이며 연기 같은 것을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습니다.

-다음 분으로는 누구를 추천하시겠습니까?

배우 김영호님을 추천합니다. 제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인생 멘토이기도 합니다. 연기뿐만 아니라 노래에다 운동, 글, 그림, 사진까지 겸비했는데, SNS에 직접 쓴 시며 하루 일을 소설처럼 올리기도 합니다. 책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북클럽 오리진] 컨텐츠 카톡으로 받아보기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