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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노트는 학습도구다

조회수 2017. 4. 27. 15: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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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할때 써보자

어느 수강생분께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교육공학을 공부하며, 수업에서 학습도구 발표로 ‘에버노트’를 소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C4LPT (Centre for Learning & Performance Technologies)라는 기관에는 개인 성장에 도움이 되는 도구를 매년 선정해서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이곳에는 왜 에버노트가 훌륭한 학습도구인지 후기도 많이 달려있다. 에버노트는 학습도구 Top 100 중, 13위에 랭크가 되어있는데, 연도 별 랭킹을 보면, 2013년엔 6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학습도구로서의 3가지 이점

지난 5년 간 사용을 돌아보면 경험적으로도 에버노트는 훌륭한 학습도구다. 왜 에버노트가 학습도구로 사용하기에 적합한지 3가지 이점을 주관적으로 짚어보았다.

첫번째, 조작가능성

에버노트는 퍼즐처럼 정해진 모양으로만 써야하는 툴이 아니다. 오히려 레고처럼 사용자가 조작하기에 용이한 툴이다.


에버노트 헤비 유저로 알려진 김정운 박사의 <에디톨로지>엔 노트 필기와 관련한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독일 학생들이 논문을 작성하는 방식을 소개하는데, 한국에서 공부한 학생이라면 얼마 간의 배신감마저 든다. 우리에게 친숙한 노트 필기 방식은 시간순으로 기록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어렸을 때부터 대학 교과 과정까지 이런 방식이 매우 친숙하다. 반면, 독일의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이론’을 수립해 나간다.

출처: Zettelkasten 홈페이지
'Zettelkasten'이라 불리는 독일의 카드식 정리상자.

독일의 학생들은 저마다 카드상자를 갖고 있다. 한 학생이 카드를 정리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 학자A의 책을 읽은뒤 직접 만든 index와 함께 내용을 카드에 정리한다.
  • 그러면 한 책이 여러개의 카드 조각으로 분리된다.
  • 학자B의 책도 마찬가지로 작업을 진행한다.
  • 학자A, B 의 다양한 카드를 뒤섞어보며, 자기의 의견을 덧대간다.
  • 그 과정에서 학생만의 고유한 해석을 내놓는다.

김정운 박사가 독일에 유학가서 담당 교수에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교수가 처음으로 한 말이 "너의 이론은 뭐냐"였다고 한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자신의 이론을 만드는 것, 이건 다시 태어나야 가능한 범주의 일일지도 모른다. 그건 한국 사람들의 창의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일제 시대의 교육 시스템의 잔재로 노트 필기부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 잘못 잡혀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자 A와 학자 B사이에서 아주 작은 내 의견 c, d, e... 를 붙여가는 일이 그렇게까지 해내기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에디톨로지> 말미에 김정운 박사는 자신이 왜 에버노트를 최적의 도구라고 생각하는지 덧붙인다.

여타 포털 사이트의 메모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앱이 있지만 내 경험으로는 에버노트가 최고다.

에버노트가 조작가능성이 높은 툴이기 때문일게다. 사용자가 레고를 쌓듯이 생각과 정보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조합하고 쌓아갈 수 있다. 노트링크나 태그 등을 활용하면 스크랩된 정보와 내 생각/기록을 재료로 독일학생들이 자신의 이론을 수립해가는 프로세스를 흉내낼 수도 있다.


생각/아이디어는 글이나 말이라는 형태를 갖기 전에는 추상적일 수 밖에 없다. 물도 담을 컵이 없다면 쏟아버려지듯이 생각/아이디어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형태로 담겨있을 공간이 필요하고 그걸 바탕으로 쌓고 조립할 수 있어야 축적되면서 발전할 수 있다. 


장기기억은 선언적 지식, 조건적 지식, 절차적 지식으로 나눠진다. 이 중 절차적 지식은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에 대한 지식이다. 추상적인 생각/아이디어를 구체화해서 글로 조립할 수 있는 능력은 절차적 지식에 해당하고, 이게 강화된다면 장기기억으로 변환되는데 수월할 것이다.

두번째, 메타인지

이전 글 '회고는 기회다'에서도 다뤘지만 자기를 객관적으로 보는 자기객관화 능력은 인간 정신의 정수로 꼽히기도 한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능력인 메타인지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메타인지
자신의 인지과정에 대해 생각하여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자각하는 것.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며 자신의 학습과정을 조절할 줄 아는 지능과 관련된 인식.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이 메타인지를 높이는데 ‘설명’이 주효하다고 한다.

흔히 "가르치면서 배운다"고 한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해서 아는 지식을 메타인지라 한다.

에버노트의 기록을 주기적으로 리뷰를 하면서 이전 기록의 논리적인 함정을 발견하거나, 시간이 지나 자신의 생각이나 판단을 되돌이켜볼 수 있다.즉, 메타인지도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최인아책방 분류법'에서도 다뤘듯, 에버노트는 자기만의 분류방식을 창조하는 도구이다 보니 더욱 그렇다. 


자신의 기록을 주기적으로 리뷰해서 피드백하는 루프를 구성한다면, 메타인지능력이 개발될 수 있다.

“고등동물이 될수록 범주화 규모가 커지며 인간은 지각적 범주화를 뛰어넘는 ‘개념적 범주화’가 가능하다. 만약 모든 꽃 하나하나마다 이름을 붙여 기억해야 한다면 우리는 꽃에 이름을 붙이는 일을 하느라 다른 정신 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범주화를 통해서 좀 더 효율적으로 세상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 
- <완벽한 공부법> 
“분류화한 사람은 여러 개를 몇 개의 의미관계를 중심으로 조직화해서 기억을 하니까 기억해야 할 덩이 수, 개수, 자체 수가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완벽한 공부법>

세번째, 자기참조효과

자기참조효과는 '자기와 관련된 현상의 정보가 잘 처리되는 것. 기억에 있어서도 개인적으로 관련 있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경험은 잘 기억되며 비교적 오래 지속되는 것'을 말한다.


기록을 하고나서 분류하고 덩어리짓고, 이름을 붙이는 행위들이 반복된다. 이 정보들은 자기참조(self-reference)로 작동하고 다음에 쉽게 출력된다. 그것이 일상적인 것이든, 업무이든, 참고용이든 그 무엇에도 해당된다.  


정보를 자신과 관련시킬 때 우리는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nerd’라는 단어를 외울 때 내가 ‘세상 물정 모르는 공부벌레’라고 생각한다면 이 단어는 정말 쉽게 외울 수 있다. 129건의 메타 분석을 한 결과 자기 참조 효과는 매우 효과적인 기억 전략임이 밝혀졌다.  
- <완벽한 공부법>

이상의 주관적으로 꼽아본 학습도구로서의 3가지 이점은 학습 능력을 많이 높여주리라 생각한다. 대학 졸업장과 함께 배움을 멈춘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앞으로 배우는 인생을 함께할 학습 도구로 에버노트를 사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모뎀, CRT모니터 등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던 지난 15년 정도의 디지털 환경변화를 반추해보면, 어느 누구도 동일한 경로와 방식으로 온라인 세상을 배워나가지 않았다. 모두 개별화된 방식으로 온라인 세상에 대한 지식을 구성해나갔다. 에버노트에 담긴 개인의 기록도 마찬가지다. 철저히 개별화돼서 자신에게 맞는 기록물을 구성해나가는 것이고, 그것과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학습지도도 설계하고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에버노트는 훌륭한 자기계발도구로 쓰일 수 있다. 


온라인에 항상 연결되어 있는 현대인의 정보 소비 패턴에 친화적인 자기계발도구다. 이미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기계발을 하고 계신 분들이 아니라면, 에버노트를 자기계발도구로 사용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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