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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17.04.20. 작성

"장애인이 돌아다니는 게 미안한 일인가요?"

대단한 첨단기술이 장애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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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과학기술'(assistive technology)이라고 합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신체의 일부가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이를 보조하는 기술을 말하죠. 기술이 인간의 삶을 돕는 한 방식입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게 가능하나’ 싶을 정도로 신기한 수준에 오른 기술도 많은데요, 예컨대 각종 센서, 진동장치, GPS 등이 들어가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결된 신발은 시각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해줍니다. 제스처 인식 기술로 조작하는 반지 ‘핀’은 스마트폰을 보고 조작할 수 없는 사람을 돕습니다. 걸을 수 없는 사람이 착용하는 외골격 형태의 보조기기도 있고, 손 떨림이나 파킨슨병으로 식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한 전자숟가락도 있습니다.

일상적으로 많이 보이는 전동휠체어에도 조금 더 진보한 기술이 적용된 것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휠체어는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지만, 캐터필러 등을 적용해 계단을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게 만들 수 있고요. 

그러나 마냥 장밋빛일 수만 없는 게

이것을 보는 순간 나는
‘이건 또 얼마나 비쌀까?’
‘돈을 많이 벌어야 하겠구나..’ 란 생각이 든다.
더 나쁜 것은,
‘이런 기술이 있으니 미래에는
굳이 엘리베이터 설치 안해도 되겠다’
는 식의 생각을
아주 쉽게 하게 만든다는 거다.
보편적 이동권이 인간의 기본 권리가 아닌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되어 버린다.
- 홍윤희 페이스북

홍윤희 무의 이사장과 딸 지민이(사진=홍윤희)

'장애를 무의미하게', '협동조합' 무의


“지하철역 환승 통로에서 휠체어 리프트가 고장 났다는 안내문을 봤는데, 그 안내문대로 갈아타면 40분이 더 걸리더라고.” – ‘지민이의 그곳에 가고 싶다 : “휠체어를 위한 지하철 지도가 필요해”‘ <슬로우뉴스>

무의는 장애 여행 관련된 콘텐츠를 만드는 소설 벤처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미국 20여개 주를 누비며 도시의 접근성을 살피는 ’20 states on Wheels’ 프로젝트로 안내책자를 낸 김건호 씨가 시작한 스타트업입니다. 장애인 여행의 편견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홍윤희 무의 이사장은 2015년 말에 카카오 스토리펀딩을 계기로 무의에 합류했습니다. 홍윤희 이사장의 자녀인 초등학교 4학년 지민이는 척수에 생긴 소아암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닙니다. 지인인 김민태 EBS PD와 술을 마시다 내뱉은 푸념은 카카오 스토리펀딩에서 ‘지민이의 그곳에 쉽게 가고 싶다’는 프로젝트로 구체화됐습니다. 후원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모인 후원금은 지민이의 여정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동영상 촬영 비용으로 쓰였습니다. 이후 무의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이 모여서 서울의 10여곳 지역을 다니면서 영상 콘텐츠를 제작했습니다.

"우리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장애인 콜택시는 ‘특별교통수단’입니다. 세금으로 운영됩니다. 시혜적인 관점에서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라 실제 사용에는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홍윤희 이사장은 “정작 필요할 때 못 쓴다”라며 “2시간 넘게 기다려도 안 올 때가 많아서, 일이 있으면 4시간 전에 부르기도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편한 것도 아닙니다. 운영 주체가 지자체라서 관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버스도 아니고 택시를 탔는데 중간에 갈아타야 하고요.

“장애가 있어도 그냥 다니는 거죠. 장애를 시혜로 본다든지, 복지 측면에서만 다루는 시각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냥 ‘다른 것 뿐’이려면 사회에서는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장애를 보는 관점 자체를 바꾸고 싶었어요.”

장애인의 이동은 불편합니다. 이 이동을 돕기 위해 생기는 ‘특별’하거나 ‘시혜적’인 조치는 사용자 경험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대중교통도 마찬가지입니다. 홍윤희 이사장은 이 떨어지는 정보 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철 환승 지도를 제작했습니다.

리프트는 최대한 피하는 환승지도

“휠체어로 환승하려면 층을 옮겨다니거나 밖에 나갔다 와야 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역무원들은 본인 구역이 아니면 잘 모르다 보니까 물어본다고 해도 잘 안내해주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되도록이면 리프트를 안 타게 동선을 생각했어요.”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지도는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지하철을 비교적 쉽게 갈아탈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서울 시내 지하철역 중 특히 환승이 어려운 곳 14개 역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어 기아자동차 직원들의 자원봉사로 4개 역 환승경로를 추가 제작했습니다. 계원예술대학교 김남형 교수와 4명의 학생이 참여해 UX, 서비스 디자인 방법론에 따라 제작했습니다. 직접 휠체어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사용자의 입장에서 파악했습니다.


휠체어 리프트를 최대한 덜 타는 것도 고려했습니다. 홍윤희 이사장은 “리프트는 되게 창피한 수단”이라며 “모욕감까진 아니지만,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수단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리프트를 타면 안내음이 납니다. 타고 올라가는 동안 사람들의 관심이 쏠립니다. 무의에서 제작한 환승지도는 이러한 리프트를 최대한 덜 타게 만들어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인간답게 갈 수 있는 길을 찾았습니다. 


이 지도는 앱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특별한 웹페이지로 구성된 것도 아닙니다. 모바일에서 보기 좋은 세로로 긴 층별 안내 이미지가 몇 장 있을 뿐입니다. 대단한 하이테크보다는 좀 더 보편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해서죠.

“시드니에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전철을 타는 플랫폼은 도로보다 약간 높거든요. 이 플랫폼마다 역무원이 있는데, 장애인이 전철을 이용하면 ‘몇 번 칸에서 타니까 거기서 도와주라’라고 연락을 해요. 그러면 나와서 경사로를 깔아주는 거죠. 첨단의 기술이 있는 건 아니지만 편안합니다. 이게 경사를 극복하는 휠체어보다 천배, 만배는 낫다고 생각해요.”

무의가 제작한 맵은 실질적인 효용 이상의 가치를 전합니다. 홍윤희 이사장은 “장애인분들에게 격려 메시지를 받았다”라며 “이 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게 무척 뿌듯했다”라고 말했습니다. 홍윤희 이사장은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장애인들이 조금 더 바깥에서 돌아다니게 하고자 합니다. 부딪치지 않으면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섭니다.

“백화점이 10층 정도라고 하면 7~8층 즈음에 식당가나 유아용품, 유아 휴게실이 있어요. 저희 애 같은 경우도 신변처리를 하려면 유아 휴게실을 가야 해요. 8층에 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는데, 휠체어를 보고도 사람들이 비켜주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은 에스컬레이터 탈 수 있잖아요. 15분 정도 기다렸는데 너무 열이 받더라고요. 영상을 같이 찍었던 스티븐이 “저기 좀 내려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가 오래 기다리고 있어서요”라고 말하니 머뭇거리다가 두 명이 양보해서 겨우 탑승할 수 있었어요. “죄송합니다”라고 하면서 들어갔는데 스티븐이 자기는 이상했다는 거예요. 그냥 고마운 거지 왜 죄송하냐는거죠. 미안할 건 없으니까요. 우리나라는 아직도 장애인이 나와서 돌아다니는 게 미안한 일로 돼 있는 거죠”

국내에 등록된 장애인 수는 약 250만명입니다. 임산부, 유아를 동반한 승객, 일시적으로 다리가 부러지는 등의 사고로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잠재수요는 더 높습니다. 홍윤희 이사는 “모두를 위한 기술이나 접근 가능한 시설이 특정한 사람을 위한 특혜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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