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 '허팝', 초통령 되기까지

조회수 2017. 6. 27. 17: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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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수 150만, 누적조회수 10억 건의 사나이

2017년, 지금은 방송의 시대입니다. 기기와 플랫폼 발전이 누구나 쉽게 동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했죠. 사람들은 이제 콘텐츠 안에 담길 내용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릅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든든한 수익까지 얻어가는 크리에이터에겐 일명 ‘영업 전략’이라는 게 있습니다. <블로터>가 분야별 대표 크리에이터들을 만나 콘텐츠 제작의 비법을 전수받고 왔습니다.

(사진=블로터)

영화 ‘백 투 더 퓨처’에는 괴짜 발명가 브라운 박사가 등장한다. 그는 백발의 할아버지임에도 불구하고 고등학생인 주인공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지낸다. 보통의 어른들과는 다르게 엉뚱하고 괴짜 같은 모습의 브라운 박사. 그는 결국 스포츠카를 타임머신으로 개조해내는 실험에 성공한다.

“딱 그런 느낌의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어린 손자뻘의 친구들에게 지금 제 영상 콘텐츠들을 보여주면서 ‘할아버지가 젊은 시절에 이렇게 멋진 거 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순간에 인생 다 산 느낌이 들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출처: flickr.CC BY.Brickset
영화 ‘백 투 더 퓨처’ 캐릭터 레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 150만명. 누적 조회수 10억건. 국내 실험 크리에이터의 대표주자 ‘허팝‘을 설명하는 숫자다. 실험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조금 생소할 수도 있다. 뭐든지 대신 실험해 보고,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1인 방송 진행자를 말한다. 지금의 어른들에게 ‘호기심천국’의 김경민 씨와 ‘스펀지’ 실험맨들이 있다면, 요즘 어린 친구들에게는 허팝이 있는 셈이다.


특히 허팝은 ‘호기심으로 한 번쯤 상상은 해봤지만 엄마한테 혼날까봐 못해본 실험’을 위주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이를테면 ‘액체괴물(찐득이)로 수영장 가득 채우기‘, ‘지우개똥 1m까지 만들어보기‘, ‘풍선으로 하늘 날기 도전‘ 같은 것들이다. 제목만 봐도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과연 재밌는 실험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초통령’의 왕좌에 앉을 수 있었던 걸까?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가는 그에게 허팝만의 콘텐츠 전략을 들어봤다.

출처: 블로터

사람들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할까?


콘텐츠 아이디어 구상은 대부분 허팝이 주도적으로 한다. 일단 두 달씩 스케줄을 짠다. 그동안 인터넷에서 떠오르는 이슈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주변에 물어보기도 한다. 실험 콘텐츠 채널 운영하는 걸 주변에서 다들 알다보니 제보도 정말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소재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다.


“관련한 직업병도 생겼죠. 계속 습관적으로 고민하고 메모해요. (탄산수 물병을 가리키며) 저 물병을 봐도 ‘저걸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라고 생각하죠.”


모든 실험 영상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아니다. 재밌기만 하다고 시청자들이 열광하지 않는다. 어떤 결과를 얻어냈는 지가 꽤 중요하다. 실패하는 영상은 채널 전략상에도 별로 안 좋다. 쉽게 말해 누적 조회수가 잘 안나온다. 한번 보고는 그 영상을 재시청하는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실패하는 영상을 정말 싫어해요. 심지어 어린 4-5살짜리 친구들도 길 가다가 만나면 ‘허팝님 그저께 콜라 실험 실패했죠! 왜 실패했어요! 다시 성공할 때까지 하세요!’라고 해요.”

그래서 허팝은 실패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연출해보려고 노력한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멘트를 넣는다든가 망가지는 표정을 지어서 웃기게 하기도 한다. 실패가 진짜 실패로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꼭 결과 중심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실험 콘텐츠 특성상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실험에는 과정이 있고, 시청자는 결과를 기대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 콘텐츠보다 실험 콘텐츠가 몰입감이 높은 이유와 비슷하다.


그래서 허팝은 실패하는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연출해보려고 노력한다.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멘트를 넣는다든가 망가지는 표정을 지어서 웃기게 하기도 한다. 실패가 진짜 실패로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출처: 유튜브 허팝 채널
크리에이터 허팝의 다양한 실험 콘텐츠 영상 갈무리

실험 분야 크리에이터가 받는 비판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로 환경이나 안전, 위험성에 관한 부분이다.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다가 사고가 생길까봐 걱정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크리에이터 당사자의 건강이 걱정된다. 누가봐도 화학 약품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몸에 뒤집어 쓴다든가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제가 겁이 되게 많아요. 실험 콘텐츠 영상 보시고 위험하거나 건강에 문제 있는 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겁이 많아서 안전에 정말 신경 많이 씁니다. 콘텐츠마다 유해하진 않는지 하나하나 다 알아보고 확실하게 검증된 것만 진행해요.”
출처: 블로터 김인경 기자

– 그래도 악플이나 항의는 많죠?


“부모님들께 연락이 많이 와요. 허팝연구소로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고. 그래도 요즘은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제가 뭘 해도 ‘쟤 환경오염 조장한다, 잡아가야 된다’라고 했다면 요즘은 ‘허팝이 다 확인하고 했을 거다’라고 옹호해주시는 분위기여서 감사하죠. 정성을 다한 충고도 감사하게 읽고요.”

캐릭터를 잡아라


허팝도 처음부터 대형 인기 크리에이터는 아니었다. 비록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맨땅에 헤딩하듯 정말 조회수 1에서부터 시작해서 올라왔다. 초반에는 과자 먹는 영상을 찍어 올렸다. 그러다 허니버터칩 영상이 조금 인기를 끌었다. 그때부터 여세를 몰아서 콘셉트를 확실히 정하고, 매일같이 영상을 올렸다. 해외 유튜버들에게서 보고 배운 전략이다.

“제가 어느 정도 성과를 잘 낼 수 있었던 건 캐릭터를 잘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 해외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분석을 많이 했거든요. 다들 캐릭터가 분명히 있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초창기에 구독자수는 내가 올리고 싶다고 당장 올려지는 게 아니니까 캐릭터부터 잡고 차츰차츰 올라가자’라고 생각했어요.”

허팝 하면 아무래도 노란색 티셔츠가 떠오른다. 매 영상에서 입고 나오는 옷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당일에도 허팝은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왜 노란색일까.


“캐릭터 잡으려고 생각해보니까, 제가 노란색을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노란색이 안전의 상징이잖아요. 공사장이나 밤에 안전 신호에도 노란색이 많고, 어린이들도 좋아하고. 이거다 싶어서 친구한테 돈 주고 부탁해서 허팝 디자인 받고, 노란색 티셔츠로 엄청 대량구매를 해놨죠. 실험 하다 보면 옷이 잘 망가져서요.”

출처: 블로터 김인경 기자
정치색을 드러낸 거냐는 오해도 받아봤다.

허팝은 현재 3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허팝 채널만 있었지만, ‘허팝게임’, ‘허팝일기’ 채널로 늘려갔다. 한 명의 크리에이터가 동시에 3개 채널에 출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게다가 허팝의 콘텐츠 전략은 매일같이 꾸준하게 업로드 하는 방식이다. 거의 하루종일 촬영을 해도 그 분량이 채워지기 힘들 정도다. 허팝도 허팝이기 이전에 인간 ‘허재원'(본명)일텐데. 불편한 점을 물었다.


-캐릭터 속에서 살면 일상하고 분리 어렵지 않나요?


“제가 일주일에 영상 20개를 올려요. 처음에는 일상하고 분리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허팝이라는 캐릭터가 어떻게보면 제 내면에서 원래 원하던 캐릭터였던 것 같아요. 딱히 캐릭터 속에 갇혔다는 생각은 안해요. 카메라 없으면 오히려 심심해요. 괜찮아요.”

출처: 블로터 김인경 기자

표정과 말투를 살려 적극적인 리액션을 보여라


실험 콘텐츠는 당황스러운 순간도, 지루한 순간도 많다.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기도 한다. 때로는 5분짜리 영상을 위해 5시간 실험을 계속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특정 분야만 촬영해본 사람인 만큼 본능적으로 습득한 촬영 노하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나의 콘텐츠가 온전히 밖으로 공개되기 위해선 수없이 많은 디테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험 영상에서는 리액션이 생명이에요. 2년 동안 똑같이 깜짝 놀라는 표정만 지었어요. 말투는 부산 사투리랑 서울말의 중간쯤으로 정착됐어요. 부산 출신이라서 사투리를 쓰는데 너무 화나 보인다고 해서 고치긴 해야겠고, 서울말 쓰기는 근데 너무 어렵고. 그러다보니까 중간 즈음에서 익어버린 거죠.”

허팝은 실험 콘텐츠를 더 돋보이게 하는 기술적인 팁도 공개했다.


“실험 영상은 편집할 때 슬로우모션을 잘 넣거나 음악을 잘 써야 해요. 저는 영상이 하나의 예술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전체적인 콘텐츠의 기승전결이 중요하죠. 특히 실험은 더 그래요. 실험 하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점점 분위기가 고조되고, 결과에 따라서 음악도 빵빵 터지면 몰입도가 좋죠.”


어린 친구들이 많이 보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쓰는 부분도 생겼다. 실험을 할 때 설명을 조금 더 보탠다. 예전에는 ‘여러분 허팝이 오늘 초대형 거품을 만들어보겠습니다’ 하고 바로 만들었다면 이제는 어떤 약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설명해주는 식이다. 조금이라도 교육적인 의미를 더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한국말이 많아져 아쉽게도 외국인 시청 비중이 조금 줄었다. 과거에는 외국인 시청 비중이 25%까지 올라왔다면 요즘은 5% 내외다.

출처: 블로터 김인경 기자

필살기 콘텐츠는 주 후반에 업로드 해라


유튜브는 인공지능 알고리즘 방식으로 추천 시스템 등이 운영된다. 알고리즘을 정확히 읽어낼 수만 있다면 더 빠르게 인기 궤도에 오를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때문에 직접 부딪히고 겪어보는 방법밖에 없다. 허팝도 ‘언제’, ‘어떤’ 콘텐츠를 올렸더니 성과가 ‘얼마나’ 났는지는 본인 콘텐츠의 통계를 보며 분석한다고 한다.

“금·토·일이 보통 시청자들이 많으니까, 콘텐츠는 목·금요일에 비중을 많이 둬서 올려요. 유튜브에서 목요일 영상을 인기영상에 더 잘 걸어주는 편인 것 같기도 하고. 개인적인 분석이긴 하지만요. 어쨌든 목·금쯤에 이번 주 필살기 콘텐츠를 올려요. 월·화·수에 업로드되는 것보다는 목·금·토에 힘을 더 주는 정도?”

– 이런 건 누가 알려주나요? 어떻게 알게 되죠?


“이런 분석도 사실 정확한 근거는 없고, 경험상 체감해서 얻는 거예요. 유튜브 시스템이 AI 알고리즘 방식이니까 딱딱 계산이 맞는 것도 아니고. 크리에이터 분들 만나면 다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요. 각자 분야마다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올렸을 때 반응이 오는지 경험치가 다르더라고요.”


이정도면 절대 쉽게 얻게 된 명성이 아니다. 시작할 당시 딱 1년만 실컷 해보자며 스스로 약속하고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다. 꼬깔콘을 쌓아 먹는 영상을 영어로 찍으며 해외 진출을 노리던 때도 있었다. 그 영상은 조회수가 4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3은 본인이 찍은 조회수다. 그래도 단 한 명의 시청자가 너무 고마웠다.


“초창기에는 엄청 힘들었어요. 에어컨도 없는 단칸방에서 공부하고 촬영하고. 영상 편집 프로그램도 유튜브 보면서 배웠어요. 그래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로 열심히 했죠. 지금도 열심히 공부해요. 어떻게 보면 내 채널을 운영하는 게 하나의 사업을 하는 거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일이라서 환상적이라고 생각해요.”

허팝에게 가장 애정이 가는 콘텐츠를 꼽아달라고 했다. 제목 : ‘10미터 물풍선 수영장 만들어 보았다‘

크리에이터는 자기 콘텐츠만으로 별을 꿈꿀 수 있는 시장이다.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1인 방송 진행자들이 금전적 수익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미 선점 경쟁은 끝났다’라고 생각하고 발길을 돌리는 도전자들이 많다. 하지만 허팝은 그 반대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팝은 아직도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기를 바란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시장이 ‘레드오션이다, 이미 경쟁이 너무 심하다’라고 하잖아요. 제가 보기엔 아직까지 엄청 블루오션이에요. 크리에이터 시장을 하나의 숲이라고 한다면, 아직 나무가 없는 데가 너무 많아요. 이제 커가고 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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