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번 해볼까? 카톡 이모티콘 작가!"

조회수 2018. 1. 17. 13: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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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제안만 2천여건,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 인터뷰
출처: 밍밍이들

지난해, 밍밍하게 생긴 한 이모티콘이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 등장했다. 이름도 ‘밍밍이들’. 이걸 왜 돈 주고 사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의견과 귀엽기만 하다는 의견이 맞붙었다. 어느새 밍밍이들은 인기순위에 올랐다. 나도 해볼 만 한데?라는 심리가 생겼다. 그리고선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의 작가 지원율이 폭증했다고 한다.

“밍밍이들은 내부 심사 때도 의견이 갈렸어요. 하지만 눈코입을 자세히 보면 미묘하게 표정이 다 다르다는 의견이 우세해서 결국 승인이 됐죠.” – 강길주 차장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 강길주 차장

2017년 4월, 카카오는 누구나 쉽게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제안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이후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는 도전의 장이 됐다. 마침 쓸데없어 보이지만 어딘가 적절해 보이는 이모티콘들이 유행을 탔다. 그렇게 ‘밍밍이들’이 나왔고, ‘대충하는 답장’, ‘목이 길어 슬픈 짐승’ 등이 대박을 냈다. 덩달아 전반적인 캐릭터 이모티콘 시장도 들썩였다. ‘오버액션토끼’ 등 웰메이드 IP사들은 굿즈 출시로 흥행세를 이어갔다.

(나도 한번?)

한번 도전해보자. 제안 절차는 간단하다. 이모티콘 제작 가이드에 맞춰 이미지 시안 24개를 제출하면 된다.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만들고 싶다면 3개는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을 구현해서 내야 한다. 그다음 승인을 기다리면 된다. 모든 이모티콘이 상품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카카오톡 내부의 치열한 고민이 뒷받침된다.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40명 이상이 모인 카카오 디지털아이템팀은 이모티콘 심사부터 상품화 과정까지 각 분야의 목적에 맞게 움직인다. 특히 제안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독립된 심사체’는 직군별로 10명 이상이 매주 모여 열띤 토론을 한다.

“매주 500건에서 800건 정도의 제안이 와요. 심사는 상품성을 중심으로 봅니다. 저희가 승인하는 아이템이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의 이모티콘 제안 절차

딱히 상품화 승인율이 정해져 있진 않다. 평균치로 한 달에 2천건 정도의 제안이 들어오고, 출시되는 개수는 많게는 100개 까지다. 강길주 차장은 “평균치가 그럴 뿐, 단순히 상품성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승인율은 별도로 없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제안만 좋으면 팔 수 있다는 거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튜디오의 장점은 미술 실력과 상품성이 크게 상관없다는 데 있다. 다만 소비자의 결제를 이끌만한 매력도가 중요할 뿐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를 설명하는 강길주 차장

이용자들은 어떤 이모티콘을 많이 쓸까?

도전을 위해선 사례 분석도 중요하다. 완전히 새로운 기획을 할 수도 있지만, 먼저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을 살펴보자. 대체로 한국 이용자들은 동물을 좋아한다. 동물 캐릭터를 범주에 두고 사람들이 재밌게 받아들일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찾아가다 보면 성공률이 높다. 한국은 토끼, 강아지 캐릭터가 제일 많다. 일본도 비슷한데 고양이가 조금 더 많다고 한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토어에서 이모티콘 인기 판매량 순위를 살펴봐도 좋다. 세대별 인기순위를 볼 수 있다. 10·20대와 30·40대로 나뉜다. 두 차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특이하게도 ‘색깔’이다. 10·20대의 인기 순위는 주로 ‘흰둥흰둥’한 느낌의 캐릭터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이미지 퀄리티와는 상관없이 간단한 드로잉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인기를 얻는다. 반면 30·40대는 그에 비해 좀 더 컬러풀한 웰메이드 캐릭터들이 강세를 보인다. 3D 캐릭터들도 30·40대 쪽에서 인기가 더 많다.

10·20대 인기 순위(왼쪽)와 30·40대 인기 순위. 신제품 현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하얗고 동그란 스케치 느낌의 이모티콘이 10·20대에서 인기가 많다.

세대별로 인기 순위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이모티콘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있다. 10·20대는 카카오톡으로 가볍게 의견을 주고 웃을 수 있는 메시지를 원한다. 때문에 좀 더 세고 직설적인 워딩을 좋아한다. 하지만 30·40대는 이모티콘에 공손한 워딩을 담는 것을 선호한다. 유머도 언어유희 수준을 가장 적절하게 본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대충하는 답장’. 작가 ‘범고래’는 수억 연봉을 버는 스타 이모티콘 작가가 됐다.

그렇다고 메시지 유무 자체가 이모티콘의 인기를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 최근 이모티콘은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든다고 할 정도다. 그림만으로도 인기가 있거나, 혹은 기획력만으로도 재밌는 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끈 ‘목이 길어 슬픈 짐승’이 그렇다. 이전에 있었던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런 기획력의 작품도 시장이 수용할 정도가 됐다고 판단해 승인했는데, 반향이 컸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목이 길어 슬픈 짐승'(왼쪽)와 이용자들이 재미있게 활용한 모습.
카카오톡 이모티콘 ‘깐죽이의 약오르지 까꿍’은 실제 사람의 움직이는 모션을 촬영한 것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했다. 이러한 작법을 ‘로토스코핑’이라고 한다.

감정을 다양하게 구성해보는 것도 좋다. 발송량을 살펴보면 과거에는 긍정적이고 웃는 이모티콘이 훨씬 많이 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웃는 것만큼 슬픈 이모티콘도 많이 사용된다. 슬픈 일이 많아져서인지, 사람들이 더 많은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해서인지는 알 수 없다.


카카오톡 디지털아이템팀은 앞으로도 다양한 취향을 가진 이용자들을 만족시켜줄 만한 이모티콘 상품 개발을 위해 힘쓸 예정이다. 특히 강길주 차장은 ‘기획력 플러스 알파’를 강조했다. 크리에이티브를 결정짓는 것은 원래 한 끗 차이다. 강길주 차장은 “더 좋은 상품과 인기 있는 캐릭터들을 소싱하고 싶다”라며 “새로운 포맷을 꾸준히 개발하고 발굴하겠다”라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리했다. 지금 인터뷰를 읽으며 ‘나도 저 정도는 그리는데?’라고 생각했다면 거침없이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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