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개발자가 인디게임으로 세계 진출 성공한 비결은?

조회수 2017. 11. 21. 13: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인디게임으로 성공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 쉽지 않은 일이다

게임 '좀' 하시나요? 보통 어떻게 알고 게임을 내려받으시나요? 누군가의 추천으로, 또는 광고를 보고, 또는 게임회사에서 출시했기 때문에 새로운 게임을 알게 될 겁니다. 그렇다면 1인, 2인 개발자가 만든 인디게임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게임이란 모름지기 '일단 해봐야' 그 재미를 알 수 있는 법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게임을 하게끔 만들기까지는 엄청난 노력이 요구되지 않겠어요? 당장 광고할 자금 여력도 없고, 인지도도 없으니 말입니다.

인디게임으로 성공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인디게임으로 무려 세계 시장에 진출한 게임개발들이 있습니다. 바로 '하이디어'와 '팀불로소득'인데요, 이들은 어떻게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구글 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에서 두 팀을 만나보았습니다. 

삼국지 좀비로 중국 시장이 열렸다


‘로그라이프’를 개발한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는 원래 1인 개발자였습니다. 그는 2012년 12월, 삼국지의 장수들이 ‘좀비’라는 독특한 설정의 게임 ‘언데드 슬레이어’를 글로벌 런칭했습니다.


사실 김동규 대표가 인디게임을 만들게 된 건 순전히 ‘쉬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고 해요. 7년 동안 다닌 회사가 문을 닫은 후, 그는 ‘업계에 정이 떨어졌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월급도 밀려 가며 일을 했는데 회사가 사라지다니. 물론 이직을 준비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직을 했는데 이직한 회사가 또 망하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김동규 대표는 그래서 이직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해보자’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그는 아내에게 6개월만 백수로 있겠다고 선언하곤 취미 삼아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기간 동안 혼자서 개발한 게임이 바로 '언데드 슬레이어'였던 거죠. 언데드 슬레이어는 삼국지 소재를 차용한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후돈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요, '좀비헌터'입니다. 그리고 삼국지의 관우 등이 '좀비'로 등장하죠. 

만들 때까지만 해도 '중국 빼곤 다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삼국지 좀비’ 콘셉트가 의외로 중국에서 흥행하게 됐습니다. 취미 삼아 만들었던 게임이 흥행을 하니 다음 게임도 만들 수 있게 되었죠. 김동규 대표의 1인 개발사 '하이디어'는 그렇게 몸집이 불어, 지금은 7명의 멤버가 속해 있는 개발사가 되었습니다.


하이디어는 작년 모바일 슈팅 게임 ‘로그라이프’를 출시했습니다. 언데드 슬레이어가 김동규 대표의 개인적인 취향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라면, 로그라이프는 새로운 도전 요소를 가미한 게임이죠.

처음에는 20명 남짓이 내려받았습니다. 자본이나 마케팅 역량이 부족해 따로 마케팅을 펼치지도 않았다고 하고요. 구글 플레이에 피처드가 되면서 로그라이프가 성장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지금은 동남아, 중국, 미국 등 다수 국가에서 서비스될 정도로 성장했죠.

동남아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고 의외로 브라질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김동규 대표는 해외 시장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경쟁도 치열하고 시장 포화돼 있다는 말 많이 하는데 해외 시장은 넓다. 필리핀 같은 국가에서 소프트 런칭했을 때, 유저 수가 한국의 몇 배나 되더라”

예상치 못한 곳에서 행운을 만나다

97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게임 ‘레든’을 만든 ‘팀불로소득’은 팀원 두 명이 전부인 인디게임 개발팀입니다. 김준영 대표가 썼던 단편소설에서 착안해 ‘버려진 도구들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게임 스토리를 만들게 됐죠. 

“인디게임은 마케팅에서 대기업과 차이가 난다. 다른 접근방법이 필요하다. 차별성을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또 너무 독창적이면 마이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팀불로소득은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 레든을 동시 출시했습니다. 레든의 해외 성공이 흥미로운 지점은 예상치 못한 특성 때문에 예상치 못한 국가에서 인기를 얻은 경우라는 데에 있습니다.


“사우디, 인도 이런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가 많이 나왔다. 처음에는 이유를 짐작도 못 하고 있었는데 피드백과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니 레든이 플레이할 때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레든은 언어 지원이 되지 않는 국가에서도 다운로드 수가 높게 나왔습니다. 러시아어는 번역 지원을 하지 않았는데도 러시아 플레이어가 발 벗고 나서서 번역을 제의할 정도였죠. 그래서 팀불로소득이 레든의 영어 번역본을 보내주자 플레이어가 스스로 러시아 번역을 붙여서 레든은 러시아어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국가에서도 ‘번역해주겠다’고 연락온 경우가 많았다고 하고요. 이후 레든은 정부의 관련 사업 지원을 받아 일본, 중국 퍼블리싱 등을 통해 현재는 11개 언어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업의 재미를 잊지 말자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디게임 개발사 대표 두 명 모두 패널 토크에서 ‘업의 재미’를 강조했습니다.


치열한 비즈니스를 고민할 시간도 모자란데, ‘재미’라니!


네. 맞아요. 상투적이고 지나치게 낭만적인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시간적, 금전적 제약이 많은 환경에서 불철주야 일해야 하는 스타트업 또는 중소 개발사에는 어쩌면 업을 업으로 느끼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일 수 있을 겁니다.


김준영 팀불로소득 대표는 “업이 되면 고통스러운 점이 있다.  최대한 일로 하게끔 하는 게 아니라 만들고 싶고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작업하고 조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동안 1인 개발자로 활동했던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는 그 당시에 대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 하지만 게임 만드는 것은 계속 재밌었다”면서 “게임을 아직도 재미로 만든다”고 말했죠.

"내가 관심 있고 잘할 수 있어야 한다. ‘오타쿠’같은 느낌과 일치한다고 본다. 애착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취미여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급함이 제일 큰 문제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러 나가면서 옆집 아주머니가 ‘저 사람은 왜 백수생활을 하나. 아내 등 처먹고 사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까봐 걱정이 든다. 그러면 조급함이 생긴다. 명절 때 가족 보기도 그렇다. 뭔가를 할 때 큰 걸림돌이다. 극복할 요소가 필요하다. 난 이게 너무 재밌어, 그게 필요하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