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기다림, 로봇을 만든 네이버 랩스의 이야기

조회수 2017. 12. 6. 15: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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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미래 먹거리 전진 기지, '네이버랩스'

지난 양차 세계대전은 ‘미래’ 먹거리 때문에 발발한 ‘오늘’의 전쟁이었다. 유럽 열강의 미래는 식민지가 보장했고, 독일과 일본의 군부는 유전이 국가의 앞날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인류는 본능적으로 미래를 내다본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쟁에서야 지금 당장 삼군을 휘몰아 적국의 수도를 점령하면 되겠으나,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단체로 트윈타워로 쳐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업 세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시장을 지배하여 남들보다 내가 더 오래 살아남아야 한다.

▲ 네이버의 미래 먹거리 전진 기지, ‘네이버랩스’

그래서 한 분야에서 ‘할 만큼 한’ 기업들은 ‘종합’, ‘TOTAL’, ‘글로벌’, ‘Beyond’ 등을 꿈꾸며 더 크게 성장하려 한다. 일일이 예로 들진 않겠지만, 설탕 수입하다가 반도체로 세계를 재패한 회사가 그러했고, 자동차만 만들다가 자동차 금융까지 확장한 회사가 그러하며, 전구를 만들다가 가전제품과 금융, 유통 등의 사업까지 진출한 회사가 그랬다. 그러나 이제 그런 회사들의 이야기도 전래동화로 남았을 뿐이다. 이제 기업의 미래는 IT 없이 그릴 수 없다. Information Technology가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

▲ 데뷔2017, 2017.10.16~17, 국내 최대 기술 컨퍼런스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2년의 결과

2년이 흘렀다. 결과물은 많았다. 2015년 9월 14일 네이버는 ‘프로젝트 블루’를 공개하며 하드웨어 개발을 선언했다. ‘로보틱스’, ‘모빌리티’, ‘스마트홈’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힌 그날 이후, 지난 10월 16일 약 2년 만에 로봇 9종을 공개한 것이다.


네이버가 주축이 된 ‘데뷔’ 행사의 위상을 위해 줄줄이 나타난 로봇들은 뚜렷한 라인업이 필요했다. 각자의 위치에 선 로봇들은 각자 네이버 로봇의 미래를 들고 나타났다. 일부 상용화된 로봇도 있지만, 아직은 힌트 정도에 머무른 로봇도 있다. 물론, 더욱 편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중력에 의해서, 전동 카트가 대형 마트에도 곧 등장할 것이고, 모든 기기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출 것이며, 인간의 그것과 99% 흡사한 로봇 팔이 다양한 분야에서 일상이 될 것이다. 

▲ 2017서울모터쇼에서 프레젠테이션하고 있는 송창현 네이버랩스 대표 (최고기술책임자)

다만 언제나 우리는 작금의 스마트워치를 상기해야 한다. 수년째 ‘건강팔찌’에 머물러 있다. 네이버가 9개나 되는 로봇들을 내놓긴 했지만, 이미 우리가 다 알거나, 보았거나, 예상했고, 심지어 굳이 필요한지 의문이 드는 친구들도 많다. 개발 초기라 너도나도 로봇청소기라도 만들어야 나중에라도 미래를 선점할는지 그것은 네이버랩스의 판단이겠지만, 토요타가 프리우스로 재미좀 봤다고, 우리나라 최고의 완성차 업체도 아이오닉으로 똑같이 뒤쫓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들 수밖에 없다. 선도하는 자가 미래를 차지한다. 따라가는 자의 몫은 아니다.


정보통신의 브레인스토밍

IT라는 것이 결국 정보통신인데, 정보와 통신을 거머쥔 것이 사실 포털 사이트와 SNS 그리고 온라인 게임이다. 구글, 아마존, 카카오는 이 분야에서 시작해 더욱 확장된 온라인 플랫폼과 하드웨어로 진격하는 것이고, 삼성, 애플, 테슬라는 하드웨어에서 시작해 더욱 확장된 온라인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로 돌진하고 있다. 접점은 없다. 누가 더 많은 브레인스토밍으로 효과적인 가지치기를 하느냐의 싸움이다. 넥슨도 결국 게임, 가상현실, 가상화폐 순의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코빗을 만났다.

▲ 코리아텍과 함께 개발한 로봇 팔 ‘엠비덱스’

사실 네이버가 로봇을 만들어 냈다는 뉴스는 딱히 놀랍지 않다. 사상 최대 실적으로 3년내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며 검색광고, 온라인광고 플랫폼, 해외 메신저 등의 캐쉬카우를 보유한 정보통신 회사에게 남은 과제는 누가봐도 명확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정보통신적 관점에서 하드웨어에 접근한다. 값비싼 센서를 기계마다 부착하지 않고,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지도 제작 로봇이 스캔해놓은 정보를 다른 로봇들이 공유하여 기초적 센서만으로도 고난이도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와 반대로, 각 로봇마다 고성능 센서를 달아야 하는 업체에서는 센서의 기술 혁신으로 개발 단가를 낮추면서 로봇을 상용화 할 수밖에 없다. 접근하는 관점이 다르다. 네이버 로봇은 정보 공유 네트워크가 생명이다. 더 가볍고 튼튼한 소재를 만드는 기술력을 네이버에게 제공하려는 곳은 수없이 많다. 국내외 학계에서 끊임없이 연구중이고, 수많은 강소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다. 애플이 공장 없이 아이폰을 출시하며, 일본의 제조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사태’를 과거 새마을운동 시절엔 상상할 수 없었다.


브레인스토밍은 초등학생들이 가장 황당하고 활발하게 전개한다. 고등학생부터는 이미 사고가 경직되어 3년 전만큼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위계서열과 기수문화가 자리잡은 직장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네이버의 로봇 9종은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네이버는 여전히 젊은 마인드를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의 최고기술책임자는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이러한 조직이 정보통신을 키워드로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산업간의 경계가 얼마나 더 허물어질 지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네이버의 로봇은 놀라운 존재가 될 것이다.


인간의 친구

네이버는 그들의 로봇을 통해 생활환경지능 구현을 꿈꾸고 있다. 인간의 팔처럼 유연하고 가벼운 로봇 팔 ‘엠비덱스’는 다른 로봇 팔 친구들처럼 공장에서 무거운 부품을 들고 나르고 조립하는 대신 일상생활에서 인간의 가사활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참 고마운 로봇 팔이다.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는 복잡한 실내 공간을 알아서 다니는 로봇이다. 사실 ‘알아서’ 다닌다기 보다, 지도제작 로봇 ‘M1’이 스캔하고 공유해 준 정보를 이용한다. 자고로 자율주행이란 것은 인간에게 여러모로 쓸모 있기 마련이다. 이미 서점에서 자기 머리위에 올려진 책을 알아서 반납 정리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에어카트’라는 전동카트 역시 상용화되어 서점에서 책을 운반하고 있다. 네이버는 ‘데뷔 2017’을 통해 손가락 2개로 카트를 움직이는 모습을 시연했다. 그만큼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단 뜻이다. 인간의 근력을 모조리 로봇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 1993년 설립된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 지난 6월 네이버 인수가 결정되었고 9월 최종 합병되었다.

‘퍼스널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는 영화 제목이 아니라 4륜 전동 스케이드보드 이름이다. 바퀴가 4개니까 당연히 2륜 전동기기보다 안정적이다. 몸의 움직임으로 속도와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굳이 힘들게 두 발로 뛰어다닐 필요 없는 미래가 그려진다. 굳이 육중한 기계에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시동을 키고 끌 필요도 없다. 이쯤되면 ‘퍼스널 라스트마일 모빌리티’의 경쟁자는 완성차 업체다. 네이버는 이제 현대자동차의 경쟁업체가 된 것이다. 이미 2017서울모터쇼에 네이버가 부스를 차릴 때부터 알아봤다.


그리고 온갖 환경에서 온갖 행동을 다 할 수 있는 ‘치타로봇’, ‘점핑로봇’, ‘터스크봇’, ‘티티봇’ 들은 짐을 싣고 네발로 뛰거나, 장애물을 뛰어 넘고, 바퀴로 계단을 오르며, 혼자 알아서 공을 줍는 일을 한다. 모두 사람 대신에 할 수 있는 일이다. 도대체 사람은 무얼 해야 하는지 궁금해지지만, 인류 역사는 ‘편리함의 중력’으로 기운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 4종의 로봇을 바탕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일꾼’ 로봇이 곧 등장할 것이다. 그 편리함을 기대해 보자.로봇뿐 아니라, 네이버는 ‘AKI’라는 하드웨어를 공개했다. 위치 정보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기다. 이 소름끼치는 기기의 개발목표는 ‘부모와 어린 아이의 위치 정보 공유’다. 모두 경험했다시피 아이는 자신의 위치를 엄마한테 알리고 싶어하지 않지만 엄마는 그렇지 않다. 향후 상용화 때 보여질 엄마들의 열렬한 환호가 눈에 선하다.


네이버의 네이버랩스

2013년 네이버 본사 내에 ‘조직’으로 시작한 네이버랩스는 이미 출발부터 웬만한 중소기업 뺨치는 인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 조직이 2015년 ‘프로젝트 블루’와 함께 로보틱스 그룹을 만들며 점점 더 커지더니 올해 1월 공식적으로 네이버의 자회사로 분사했다. 그리고 지난 6월 유럽 제록스연구소를 인수하여 더욱 엄청난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게 된다. 분사 당시 네이버는 400억원을 출자해 네이버랩스를 설립했고, 이후 2년간 매년 400억원씩 출자키로 공시한 바 있다. 실로 엄청난 자금력이 아닐 수 없다.

▲ 사용자의 환경을 깊이 연구하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을 연구한다는 건 이미 네이버의 목표다.

처음엔 자동차로 시동을 걸었다. 국내 자율주행차 임시허가도 받았다. 2016년 4월에는 차량 공유 플랫폼 업체 ‘그린카’와 함께 차량 운행과 관련된 서비스를 개시했다. 로봇뿐 아니라 이미 자동차 분야에서 네이버랩스는 오래 전부터 움직이고 있었다. 현재 네이버랩스는 ‘AWAY’란 이름으로 차량 운행 정보 서비스를 상용 중이다 지도, 교통, 위치, 음악, 차량관리 등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것을 네이버가 실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이버 검색 포털의 시장 지배력 덕분이었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모두가 쉽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네이버 로그인’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모두 네이버 회원이지 않는가.

▲ 지난 7월, CVPR (세계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컨퍼런스)에서 네이버는 논문 5편을 발표했다.

최근 네이버가 사상 최대 실적으로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데, 관건은 실적이 아니다. 이렇게 많이 벌어들인 돈을 네이버랩스가 잘 쓰고 있다는 것을 시장이 인정하고 더 앞선 미래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데뷔2017’에 로봇이 9개나 출동했다. 이렇게나 많은 짓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빨리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생존, 말보다 실천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싸이월드의 몰락, 코닥필름과 노키아의 수치는 고전이 되어 수많은 경영학도가 학습하고 있다. 경영학도보다 더 전문가들이 모인 네이버는 그래서 생존을 위해 하드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 로봇뿐 아니라 정보통신을 키워드로 브레인스토밍된 모든 나뭇가지들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다.


생존의 관건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인데, 그 환경이라는 것이 결국 플레이어가 만드는 것이다. 다만, 나 말고 다른 플레이어가 만드는 환경에 적응할 것인지, 내가 만든 환경에 다른 플레이어를 적응시킬 것인지는 내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느냐에 달려있다. 

▲ 네이버랩스는 3D전문기술 업체 ‘에피폴라’를 인수한 바 있다.

일단 네이버는 구글과 아마존이 만든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카카오와 넥슨이 만든 환경에도 대응해야 한다. 그리고 네이버가 만든 환경에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가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은 또 다른 환경을 만들어 IT기술을 빨아들일 것이다. 다시 말해 환경을 만든다는 것은, 많은 대중의 선택을 지속적으로 받아 시장을 지배한다는 의미다. 대중은 쉽고 저렴하거나, 굉장히 가치 있는 것을 선택하지만, 남들이 선택하는 것을 따라하기도 하고 남들과 다른 것을 갖고 싶어하기도 한다.


대중의 선택을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 네이버는 움직인다. 현재까지 대중이 밖에서 본 그 결과물은 로봇이다. 네이버는 검색엔진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블로그, 지식 검색 등으로 ‘검색’의 분야를 확장시켰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검색광고가 시작되었고, 지도와 뉴스, SNS 서비스는 더욱 정교화되었다. 네이버는 사람들 간의 커뮤니티를 온라인 상에서 더욱 발전시켰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메신저 운영했던 강력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으며, 광고, 결제대행, 공유, 지도정보 등의 사업도 효과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랜 검색엔진 운영으로 대중의 니즈를 정확히 분석하는 역량은 이미 기본체력이 되었다. 열차를 기다리기 위해 사람들이 플랫폼에 모이듯, 사람들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네이버의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모인다. 이제 네이버는 일상생활에서도 그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재미삼아 만들어 본 건 아니다. 기계 제작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인수, 합병, 투자, 채용을 했다. 수년전부터 학계와 공동으로 많은 논문도 써냈다. 새로운 네이버를 만들고자 한 고민이 있었고 고민을 구체화할 수 있는 돈이 있었으며, 의지와 실천이 있었다.


▲ 그런데 위치 정보 공유 디바이스 ‘AKI’는 과연 아이들도 좋아할까?

네이버가 '로봇까지’ 만든다는 것이 놀랍진 않다. 하지만 ‘네이버’의 로봇이기 때문에 놀라울 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사물인터넷이 이거라는 둥, 미래가 현재에 왔다는 둥, 우리의 경쟁자는 어디라는 둥 그렇게도 시끄럽게 떠드는 동안 네이버는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그런 네이버를 보며 우리는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미래가 현실이 되겠구나’ 이게 놀라운 이야기다. 네이버 로봇이 혼다 아시모와 다른 이유는, 아시모보다 잘 걷고, 잘 뛰기 때문이 아니라,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나 일상 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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