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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직장인 퇴사 백서

조회수 2018. 2. 1. 07: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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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레나옴므플러스

퇴사는 2030세대에게 가히 트렌드에 가깝다. 

‘퇴사’와 ‘트렌드’라니, 정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그런데 이것이 현실이 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백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 신입사원 채용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무려 27.7%로 나타났다. 취직 전 ‘나 회사  가고 싶다’ 생각했던 젊은이들이 취직 후 ‘회사 나가고 싶다’며 퇴사를 결심한다는 것. 어렵게직장을 얻었지만 입사하자마자 나갈 준비를 하고 1년 안에 회사를 떠난다는 얘기다.  


비단 신입사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직장을 다니는 모든 세대가 어느 순간 새해를 ‘퇴사원년’으로  삼겠다고 결심하고 있다. 

지금의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말은 요즘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는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 야근과 휴일 근무, 과로와 피곤을 달고 사는 현대 직장인은 온 힘을 다해 도무지 즐길 수 없는 직장 생활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오죽하면 직장인의 꿈이 ‘퇴사’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겠는가. 입사만큼이나 높아진 퇴사에 대한 관심 덕에 관련 책과 영화, 다큐멘터리, 강연 등이 쏟아지고 있다.  



개인의 생존, 즉 ‘먹고사는 문제’가 직장과 직업의 전부였던 과거에 비해 요즘엔 개인의 행복을 우선시한다. ‘요즘 젊은 것들’이 끈기가 없고 의지가 약해서 직장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어떠한 가치를 좇아야 할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기 때문에 ‘퇴사’를 쉽게 언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금, 

누구나 한번쯤은 퇴사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퇴사’가 비밀리에 수행해야만 하는 것이었다면, 요즘엔 조금 더 자유롭게 입 밖에 내놓을 수 있는 자유로운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더이상 개인의 희생으로 직장에 발 붙이고 있을 의무가 사라졌다. 



원하는 일이 아니어서, 야근이 많아서, 같이 일하는 사람이 힘들어서 등등의 퇴사 이유는 모두 결국 ‘행복해지고 싶어서’라는 답으로 귀결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퇴사’라는 단어가 대두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어떤 식으로든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는 또 다른 표현일 수 있다. 



‘입사는 합격이 목표이지만 퇴사 준비의 목표는 당신 인생의 행복이다.’ 

<직장인 퇴사 공부법>에 나오는 이 한 구절이 지금의 ‘퇴사 트렌드’를 명료하게 설명해준다.


[1] <퇴사준비생의 도쿄>

도쿄 또한 회사를 나와 창업을 시도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도시다. 하지만 그들이 퇴사를 준비하고 사업을 시작하는 경향은 서울과 조금 다르다. 

그들은 창업에 앞서 트렌드 분석보다 업의 본질을 고민한다. 본질을 정하고 나면 기존 비즈니스를 재해석하고, 깊이를 만드는 장인 정신을 더한다. 지금 도쿄는 차별적인 콘셉트의 비즈니스, 틀을 깨는 사업 모델, 기발한 운영 방식의 사업들이 각광받고 있다. 

퇴사 준비생에게 도쿄는 그리고 이 책은 창업에 대한 통찰력과 사업을 펼치는 데 필요한 과정을 정리한 교과서다. 이 책에서 밑줄 칠 부분은 여기다. ‘퇴사준비생에게 필요한 것은 담력이 아니라 실력이다.’


[2] <사표의 이유>

당신만 직장 생활의 희생양이 아니다.  직장인 모두가 자기 착취에 경도됐다. 회사는 말한다. 여긴 전쟁터지만 밖은 지옥이라고. 

사표 내면 정말 지옥으로 떨어질까? <사표의 이유>는 안정된 직장을 자발적으로 빠져나온 노동자들의 탈출기다. 10년 안팍의 직장 생활을 한 11명의 인터뷰를 세 챕터로 구성했다. 

첫 번째 챕터는 원하는 회사에 취업한 직장인들이 현실을 부딪치며 깨달은 이야기다. 인터뷰이들은 완벽한 회사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 챕터에서는 퇴사 직전의 직장에서 겪는 생활을, 마지막 장에서는 퇴사 후의 이야기를 다룬다. 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앞서간 사람들을 추적한 보고서다. 판단은 우리 몫이다.


[3] <퇴사의 추억>

고등학생 때부터 치열했다.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좋은 대학에 입학해야 했고, 대학에서는 취업을 위해 1학년부터 스펙을 쌓아야 했다. 이 잔혹한 과정은 굳이 언급할 필요 없겠다. 

그렇게 취업에 성공한 다음은 뭘까? 행복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었나? 야근과 회식에 찌든 삶, 평범하고 초라해지는 자신, 공허한 업무와 실패, 끝없는 경쟁만이 있다. 

저자 장수한은 ‘퇴사학교’의 창업자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퇴사했다. 책에는 입사부터 퇴사에 이르는 저자의 직장 생활 4년이 담백하게 정리되어 있다. 

연봉이 전부는 아니다. 좋은 회사에 입사한다고 해서 내 삶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꿈의 대기업을 다녀도 직장욕은 차지게 나온다.


[4] <직장인 퇴사 공부법>

퇴사를 권하는 책은 많지만 사표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퇴사 후에는 뭐 먹고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책은 드물다.그런 점에서 <직장인 퇴사 공부법>은 퇴사를 위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아파서, 쌓인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아서 충동적으로 사표를 제출하면, 행복하기 어렵다. 퇴사의 쾌감은 금세 사라지고 불안만이 남는다. 그러니 퇴사도 입사만큼이나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오래 준비할 것은 아니다. 딱 1년이다. 성공적인 퇴사를 위한 퇴직 후의 대안 즉, 나의 두 번째 직업을 찾아야 한다. 퇴사 준비의 목표는 행복이다. 책에는 행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작성하는 퇴사 로드맵이 들어 있다. 이게 답이다.


[5] <퇴사하겠습니다>

저자 이나가키 에미코는 자유인이다.
 그녀는 일본의 대형 신문사인 아사히신문사를 30년 가까이 다니고 퇴사했다. 정년퇴직이 아니다. 삶의 중심이 회사에 맞춰졌다는 것을 깨닫고 나온 것이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의문이 든다. 회사 밖의 나는 무엇인가? 회사 밖의 나는 사회적 가치가 있을까? 회사와 나의 관계는 얼마나 허무한가? 이나가키 에미코는 회사원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살 것을 권한다. 

그녀는 물질과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간다. 수입이 적어 강제 미니멀리스트가 되었지만 오히려 삶은 더 상쾌해졌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그녀가 말한다. 회사는 사랑하지 않는 게 좋다고. 맞다. 나를 사랑하자.


[6] <사직서에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다들 그렇게 산다. 아니 그렇게 살았으니 내게
 참고 다니라고 한다. 하지만 퇴사는 더 이상 회사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첫 입사 후 3년 미만 퇴사자가 84%에 육박한다. 퇴사는 시대의 화두다. 청년들이 청춘을 바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에 성공해서 얻는 것은 허무와 부조리다. 취업 후 기다리는 것은 불행이다. 

퇴사가 문제 해결은 아니다. 문제를 잘라내는
 무책임한 행위다. 우리 사회는 왜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청년이 퇴사를 선택하기 전에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한다. 책은 진짜 퇴사자의 목소리와 행복하게 일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방법을 전한다.


<ARENA> 2월호

EDITOR 서동현, 조진혁, 이경진, 김민수

ILLUSTRATION 국형원

PHOTOGRAPHY 이수강

DIGITAL EDITOR 신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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